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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朴시정연설] 3년 연속 국회行 논란 속에 왔다 공방 남기고 떠났다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27일 국회 시정연설은 본인에겐 국정현안을 ‘정면돌파’하는 ‘승부수’의 성격이 짙었다. 좌우로 국론이 첨예하게 갈린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 관련,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역사교육 정상화도 미래의 주역인 우리 아이들이 우리 역사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자라도록 하기 위해서다”라고 밝힌 건 기존 방침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지난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지도부간 ‘5자회동’에서 그가 드러낸 현행 역사교과서 편향성에 대한 인식을 대(對) 국회ㆍ국민 연설에서 확장해 내보인 셈이다. 박 대통령은 특히 국정교과서를 둘러싸고 역사 왜곡ㆍ미화 우려가 나오는 것과 관련해 “그런 교과서가 나오는 것은 저부터 절대로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해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자 하는 의도를 내비쳤다.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16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이에 당장 국정화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야권은 좀더 조직적으로 정부ㆍ여당에 공세를 펼칠 태세여서 정국 급랭 가속화가 불가피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그가 취임한 첫 해인 2013년 이후 이날까지 연속 3차례다.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국회를 존중하는 모습을 외형적으론 보여주고 있다. 대독(代讀) 총리를 세우지 않고 행정수반이 정부의 내년도 예산 편성 관련 경제ㆍ재정 정책을 설명하는 자리라는 점에 충실한 것이다. 다만, 국정 전반에 관한 대통령의 생각도 드러나기에 이 지점에서 파열음이 발생해왔다. 지난 3년간 그가 시정연설을 하고 난 뒤 정치권에서 특정 이슈에 대해 여야 충돌이 증폭됐던 이유다. 박 대통령은 논란 속에 국회로 왔다 공방을 남기고 떠나는 패턴을 유지하고 있다.

이날 시정연설은 시작 전부터 여야간 전운(戰雲)이 감돌았다. 국정화 추진을 위해 최근 정부가 교육부 산하에 교과서 태스크포스(TF)를 비밀리에 운용했다는 걸 두고 전선이 형성된 탓이다. 야당은 시정연설 보이콧까지 거론하다 결국 의원총회를 거쳐 참석은 하되 의원 전원이 일종의 ‘침묵시위’를 벌이는 이례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야당 의원석 모니터엔 ‘국정교과서 반대’, ‘민생우선’이라는 인쇄물도 걸려 있었다. 이를 본 정의화 국회의장은 “대통령이 와서 연설을 할 동안에 이게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제거해 줄 것을 당부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로 인해 박 대통령의 회의장 입장 시간이 10분 이상 지연되기도 했다.

야당의 이런 움직임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보이콧하든, 와서 듣든 그건 야당의 선택”이라며 “국민들께서 올바른 판단을 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냉랭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포스트 시정연설’ 정국에 가시밭길이 놓여져 있음이 감지되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이 첫 시정연설을 했던 2013년에도 논란과 공방의 줄다리기가 진행됐다. 당시 국가정보원의 2012년 대선 개입 의혹이 최대 화두였다. 어떤 식으로든 정리하고 넘어가야 할 판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시정연설의 취지에 맞게 방점은 ‘경제활성화 법 통과’에 찍었다. 그는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은 국회와 정부,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정기국회에서 법안들이 꼭 통과되도록 협조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30분간 진행된 연설 말미엔 ‘민감한 사안’을 거론했다.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관련, “대선을 치른지 1년이 돼가고 있는데 대립과 갈등이 계속되는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다”며 “야당이 제기하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포함해 무엇이든 국회에서 여야가 충분히 논의해 합의점을 찾아주신다면, 저는 존중하고 받아들일 것”이라고 했다. 경제라는 단어를 46회나 강조했지만, 묻힐 수밖에 없었다.

박 대통령으로선 ‘해법’을 제시한 것이지만, 야당은 “말씀은 많았지만 정답은 없다. 미지근한 물로 밥 못짓는다”(김한길 당시 민주당 대표)고 총평했고, 꼬인 정국은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작년 시정연설은 예산안 자체로도 설왕설래의 소지를 만들었다. 37분간의 연설 동안 경제를 59회나 언급하는 등 전년보다 강조했다. 당시 최대 이슈 가운데 하나였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시점 연기 결정 등에 대해선 침묵했다. 그는 “지금이야말로 우리 경제가 도약하느냐, 정체하느냐의 갈림길에서 경제를 다시 세울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정적자를 늘려서라도 경제를 살리는 데 투자해 위기에서 빠져 나오도록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가계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과정 속에서 ‘빚 내서 나라살림을 하겠다’는 경제 운용 프레임을 두고 정부ㆍ여당과 야권은 지난 1년 내내 샅바싸움을 해야 했다. 아울러 청년 일자리 확충을 위한다는 주요 법안을 둘러싸곤 정부가 ‘가짜 경제활성화법’이라는 야당의 공세를 설득할 만한 묘안을 내지 못해 공회전만 거듭했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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