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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대 국회 의원입법 ‘폭주의 진실’
1만 5000건중 94% 의원발의
사장된 법안 유령처럼 재탕
단어 몇개 고친 성형법안
동료 밀어주는 품앗이 법안
가·부결된 법안 32%에 불과



19대 국회는 ‘역설(逆說)’이다. 국회의원 업(業)의 본질인 입법(立法) 측면만 따지면 그들은 역대 어느 국회보다 열심히 일했다. 그러나 국민적 평가는 냉혹하다. 회기가 채 끝나지 않았지만 ‘최악의 국회’라는 점수가 매겨진지 오래다.

21일 헤럴드경제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통해 19대 국회 출범(2012년 5월) 이후 이날 현재까지 접수된 의원발의 법률안을 살펴본 결과, ‘최악의 국회’라는 평가엔 그럴 만한 이유가 엄존했다. 의원들은 의원입법에 ‘폭주’ 했다. 무려 1만 5410건이다. 전체 접수법안(1만4644건)의 93.7%가 의원발의다. 앞선 14대 국회의 의원발의 법안 비율은 35.6%였는데 회를 거듭할수록 증가해 17ㆍ18대 국회에선 80% 중ㆍ후반대를 기록하더니, 이번 19대에선 90%를 훌쩍 넘긴 것이다.


과잉ㆍ부실 입법이 된 건 수순이었다. 사장(死藏)된 것 같았던 법안이 유령처럼 재등장했고, 단어 몇 개 고친 ‘성형법안’, 동료 의원을 위해 묻지마식으로 도장(서명)을 찍어주는 ‘품앗이 법안’이 동원됐다. 이렇게 남발된 법안들 중 가ㆍ부결 또는 폐기된 건 31.5%(4848건)에 불과하다. 아직도 1만562건은 미처리(계류) 상태여서 이번 국회가 끝나는 순간 자동폐기될 운명을 맞는 것이다.

▶“꼭 돌아온다”…폐기됐다 돌아오는 ‘유령법안’=지난 국회 때 임기 만료로 폐기된 법안들을 다시 살려내 발의하지만, 처리되지 않아 유령처럼 떠도는 법안이 ‘유령법안’이다.

제정법률안이 대표적이다. 모 의원실 관계자는 “제정법률안은 아예 없는 법을 새롭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제출하기까지 준비과정이 오래 걸린다. 국회가 시작되자마자 이런 법안을 내면 ‘재탕’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는 “실제로도 18대 국회에서 넘어와 유령처럼 떠도는 법안들은 수두룩하다”며 “해당 의원이 폐기된 것을 자기가 다시 발의하든지, 아니면 남이 발의한 것을 받아서 발의하든지, 대표발의를 연계시켜서 발의한 경우”라고 지적했다.

▶“자연스럽게 손봐주세요”…‘성형법안’=‘성형법안’에는 어려운 용어를 쉽게 고치는 경우가 있다. 지난 5월 한 의원은 ‘환부→반환 또는 환급’, ‘장치→보관’ 등 어려운 단어를 쉽게 고치는 방식으로 한 번에 5개의 법안을 내놨다. 이 법안들의 제안사유는 한결같이 ‘우리의 법 문장은 용어 등이 어려워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였다.

모 의원 보좌진은 “법안의 주요내용이 변하지 않기 때문에 법 개정시 의원의 부담이 적다”며 “법안 발의 건수가 적은 의원들이 이런 방식으로 개정안을 들고 나오는 경우를 왕왕 봤다”고 밝혔다.

너도나도 서명 한 번, ‘품앗이법안’=본지가 지난 4월 고(故) 성완종 의원의 입법인맥을 조사하기 위해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국회의원들을 조사한 결과, 손인춘 새누리당의 의원은 성 전 회장이 19대 국회에서 대표 발의한 26건 법안 가운데 70%에 공동발의자로 나섰다. 국회법 79조1항에 따르면 의원 10인 이상의 찬성으로 의안을 발의할 수 있다. 법 취지대로라면 소관 상임위원회 소속 여ㆍ야 위원들을 찾아가 설득하고 서명을 받아야 하지만 실상은 ‘품앗이’ 형의 공동 입법발의 관행이 자리 잡고 있다.

손 의원실 관계자는 “의원실 사이에 공동 발의자로 참여하는 품앗이는 일상적인 일”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이밖에도 의원이나 보좌관끼리 친분이 있으면 법안을 검토하지 않고 도장을 찍어주는 사례도 허다한 걸로 알려졌다.

양영경 기자/a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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