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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할매, 난…몰랐어, 전쟁으로 우리가…”
남북 이산가족 상봉 이틀째
개별상봉·공동중식·단체상봉
2박3일 일정중 6시간 ‘긴만남’



60여년을 넘게 그리워하던 가족을 만난 남북 이산가족이 21일 이틀째 만남을 이어간다.

전날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단체상봉과 환영만찬 등 두 차례 만남을 가진 남북 이산가족 1차 상봉단은 이날 개별상봉과 공동중식, 단체상봉 등 세 차례에 걸쳐 2시간씩 모두 6시간을 만난다.

2박3일간의 일정에서 가장 긴 만남의 시간이다.
금강산에서 20일 열린 제20차 남북 이산가족상봉행사 단체상봉에서 남측 딸 이정숙(68) 씨가 북측의 아버지 리흥종(88) 씨 볼에 입을 맞추고 있다. [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남북 이산가족 상봉단은 이날 오전 숙소인 금강산호텔에서 이뤄지는 개별상봉을 비공개로 가졌다.

북측 가족들은 남측 가족들에게 줄 선물도 마련했다. 북한 당국에서 준비한 것으로 보이는 ‘대봉’이라는 붉은색 글씨가 새겨진 하늘색 쇼핑백에는 백두산들쭉술과 평양술 등이 담겨 있었다. 또 일부는 ‘조선농토산물 선물세트’라고 적힌 상자와 개별선물을 마련하기도 했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단은 전날 감격스런 만남을 가졌다.

 
21일 강원도 고성 금강산에서 열린 제20차 남북이산가족상봉 개별상봉을 위해 북측 가족들이 금강산호텔앞에 집결해 있다. 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특히 부부와 부모ㆍ자식 가족은 많은 눈길을 끌었다.

결혼한지 1년만에 헤어진 남측의 이순규(85) 할머니는 북측의 남편 오인세(83) 할아버지를 만나자 쉽사리 말을 잇지 못했다. 이 할머니는 “65년만에 만났는데, 보고 싶었던 거를 말하면 한도 끝도 없지. 눈물도 안 나오잖아요. 할 이야기는 많지. 하지만 그걸 어떻게 다해”라고 말했다.

21일 강원도 고성 금강산에서 열린 제20차 남북이산가족상봉 개별상봉을 위해 북측 가족들이 금강산호텔로 들어서고 있다. 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북한에서 재혼한 오 할아버지 역시 미안함에 입을 떼지 못했다.

“할매, 나는, 나는 말이야, 정말 고생도 하고 아무것도 몰랐어. 전쟁으로 인해 우리가…”라고 말끝을 흐렸다.

생후 한달만에 헤어진 아버지 정세환(87) 씨를 만난 딸 신연자(65) 씨도 하염없이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연자 씨는 잠시 시간이 지나고 감정을 추스른 뒤에야 “우리 아버지 맞아, 아버지 맞구나”라면서 “엄마, 아직 살아 있어”라며 거동이 불편해 금강산으로 오지 못한 어머니의 소식을 전했다.

남북 이산가족은 22일에는 작별상봉을 끝으로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다시 기약 없는 이별을 맞이해야 한다.

제20차 이산가족상봉행사 1회차 이틀째인 21일 오전 북쪽 여성들이 공동중식에 쓰일 테이블을 정리 하고 있다. 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한편 북한은 이산상봉 소식을 특별한 논평 없이 짤막하게 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공화국의 주동적인 조치와 뜨거운 동포애에 의해 마련된 북남 흩어진 가족 친척 상봉은 온 겨레와 세계의 관심 속에 진행되고 있다”며 “우리측 상봉자들은 남녘의 가족 친척들과 집체상봉을 했다”고 보도했다.

또 “우리측 상봉자들은 태양의 품에 안겨 조국의 융성번영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해온 나날들을 회고하면서 자신과 가족들이 우리 식 사회주의 제도에서 행복하고 보람찬 삶을 누리고 있는 데 대하여 남녘의 혈육들에게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21일 강원도 고성 금강산에서 열린 제20차 남북이산가족상봉 개별상봉을 위해 북측 가족들이 금강산호텔앞에 집결해 있다. 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또 남측 적십자사에서 북측 상봉자들과 남녘의 이산가족들을 위해 연회를 열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이날 오후 남측 상봉단 96가족 389명과 북측 96가족 141명은 60여년만에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상봉했다.

금강산 공동취재단=헤럴드경제 신대원 기자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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