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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무는 19대국회의 재구성]‘법’아닌 ‘혀’로만 싸운 국회…이법만 처리했다면 달라졌다
국정교과서 관련법 통과됐다면…
공청회서 의견 수렴 장단점 조목조목 설명
검토거쳐 내년부터 교과서 체계개편 반영
선거구 획정 관련법 통과됐다면…
위원회 여야 대리전 아닌 독립기구 재탄생
의원정수·비례대표수 등 줄다리기 사라져



19대 국회가 저물어간다. 마지막까지 국회는 설전(舌戰)으로 얼룩졌다. 올해만 해도 국회법 파동, 국가정보원 의혹, 선거구 획정 난항, 국정교과서 논란까지 국회는 고비마다 파행을 거듭했다.

국회의 존재 이유는 입법이다. 법으로 싸우지 않고 ‘혀’로 싸울 때 국민은 국회를 외면한다. 그리고 법과 달리 ‘혀의 전쟁’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상처만 남길 뿐이다. 


19대 국회에서 잠자는 계류 법안은 이미 올해 국회를 암시했다. 교과서도, 국회법 파동도 모두 처음 있는 논란이 아니다. 수년 전 이미 관련 법안이 나왔지만 이들 법안은 지금도 국회에 잠들어 있다. 그 사이 교과서도 국회법도 또다시 등장했고, 국회를 파국으로 몰았다. 반복의 역사다. 이대로라면 논란은 20대 국회에도 이어질 것이다.

만약 국회가 이들 법안을 제대로 논의했다면 올해 국회는 어땠을까. 계류 중인 법안을 바탕으로 올해 19대 국회를 재구성해봤다. 가상의 19대 국회이지만, 뜬구름만은 아니다. 이미 기회는 있었다. 19대 국회 종료와 함께 사라질, 1만개가 넘는 계류 법안에서다. 


국정교과서, 예고된 공방=내년은 5년마다 돌아오는 교육과정 개편 주기다. 교육부 고시가 수시로 이뤄지면서 미리 이를 예측할 수 없다는 지적에 따라 수시가 아닌 5년마다 개편하도록 법으로 규정했다(초중등교육법 개정안, 2015년 6월 10일 발의). 내년은 정부가 검인정교과서를 국정교과서로 바꿀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맞춰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학계나 정치권 모두 분석 작업에 들어갔다.

교과서 체계를 바꾸려면 관계 전문가가 모이는 공청회를 반드시 개최해야 한다(초중등교육법 개정안, 2013년 7월 22일). 사전 의견 수렴 과정이다. 공청회에서 관계 전문가는 국정교과서 도입 찬반으로 나눠 장단점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정부는 공청회 의견을 수렴해 내년 교과서 체계 개편에 반영할 계획이다.

여야도 여론전에 나섰다. 내년에 예정된 국정교과서 도입 방침을 앞두고 올해 각 당의 장기 중점과제로 국정교과서를 잡았다. 검토를 거쳐 관련 법안도 제시한다. 교과서의 파급력을 고려, 교과서 개편 과정에 국회 입법 절차를 거치는 법안이다.

국회법 파동, 국회도 행정부도 견제 강화=올해 5월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이 상위법령을 위반했다는 야당의 문제제기로 행정권과 입법권이 정면충돌했다. 국회법 파동의 시작이다. 하지만, 이미 2012년에 이를 조절하는 법안을 마련해놨다. 시행령이 상위법인 법률의 취지에 위배되지 않도록 시행령을 법률 공포 후 6개월 이내에 법을 발의한 의원에게 제출해야 하고, 해당 상임위원회도 이를 정부와 협의한다(국회법 일부개정안, 2012년 10월 16일, 2012년 11월 30일).

청와대는 이와 관련, 과도한 입법권 제한이라며 거부권을 행사했고 다시 공은 국회로 넘어왔다. 과거에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회의 자체를 무산시켜 법안을 자동폐기하는 관행이 반복됐다. 이젠 불가능하다. 6개월 내에 법률안을 처리하도록 법으로 명시해 자동폐기를 원천적으로 막았다(국회법 일부개정안, 2013년 7월 26일). 찬성이든 반대이든 본회의에서 정확히 의원들의 의사를 묻겠다는 취지다.

야당이나 여당이 대거 본회의에 불참하는 ‘보이콧’도 이젠 쉽지 않다. 국회의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본회의 등에 불참하게 되면 징계를 내리는 법안 때문이다(국회법 일부개정안, 2013년 4월 22일). 여야 모두 장외가 아닌 본회의에서 승부를 봐야 하는 셈이다.

그렇다고 행정부의 권한만 제한하는 건 아니다. 국회의원이 행정부의 각종 정책을 과도하게 제약할 수 없도록 보안책도 마련했다(국회법 일부개정안, 2013년 9월 11일). 법안을 낼 때 규제사전검토서를 첨부하고 상임위원회도 법안 심사 시 규제영향평가를 거치는 방안이다. 대표 발의자인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은 “의원발의 법안이 증가하면서 규제가 과도하게 증가하고 있다”며 “행정부의 규제 완화 노력과 함께 국회의 규제 제한 노력이 더해질 때 국가 전체적으로 효율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선거구 획정위, 독립된 기구로 재탄생=선거구 획정위원회가 여야 대리전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에 선거구 획정위 구성이 현 8명(여 4명, 야 4명)에서 9명(여 3명, 야 3명, 선관위 3명)으로 바뀌었다(공직선거법 일부개정안, 발의 예정). 구성이 바뀌면서 선거구 획정위가 기존처럼 여야의 이해관계에 얽혀 헤매는 일은 사라졌다.

의원정수를 늘릴지 줄일지, 비례대표 수를 어떻게 구성할지 줄다리기하며 말싸움만 반복하는 일도 이젠 없다. 법정기한 내에 이를 확정하지 못하면 현행대로 유지하는 게 의무화됐다(공직선거법 일부개정안, 2015년 10월 13일). 현행대로 유지하지 않으려면 여야 모두 논의에 적극 나설 수밖에 없다.

국정원 해킹 의혹도 마찬가지다. 국가정보원 기능을 강화하고자 정보위원회 산하에 정보감독위원회를 상설 운영해 의혹을 사전차단하고(국회법 일부개정안, 2013년 06월 27일), 그 대신 국정원의 활동도 최대한 보장하는 차원에서 국정원 신분을 누설하게 하면 3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을 강화한다(국가정보원법 일부개정안, 2014년 08월 28일)

실제 19대 국회는 어땠나?=국정교과서 논란은 여야가 찬반이 극명하게 갈린다. 다만, 여당 내에서도 역사교과서 편향성을 공감하면서도 정부가 일방적으로 국정화를 몰아붙이는 데에는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교육부가 제대로 된 여론 수렴 절차 없이 국정화를 도입한다는 반발도 거세다.

지난 5월 국회법 파동은 당청갈등, 입법권ㆍ행정권 갈등 등으로 국회를 마비 상태로 몰고 왔다. 여야가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지만,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고, 여당은 당 차원에서 본회의에 불참해 결국 이 법안은 재상정조차 못 한 채 자동폐기 수순을 밟고 있다. 법률 취지를 위반하는 시행령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논란으로 남아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둔 선거구 획정은 결국 법정기한을 넘겼고 선거구 획정위는 대국민사과까지 발표했다. 선거구 획정위가 여야 대리전으로 변모하면서 독립기구란 취지는 무색해졌다. 여전히 국회는 총선을 코앞에 둔 지금조차 의원정수도 확정 못 한 상태다.

김상수 기자/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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