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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젠 문화콘텐츠도 “쪼개고…줄이고…”
빅뱅 한달간격 디지털앨범 출시
장편소설도 250쪽이하 출간 붐



‘쪼개고, 줄이고, 얇게…’

디지털 문화의 생활화로 일상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문화 콘텐츠도 갈수록 파편화되고 있다.

최근 YG엔터테인먼트의 남성그룹 빅뱅이 한 달 간격으로 내놓고 있는 앨범은 종래 가수나 그룹의 정규앨범과 달리 한 두곡씩 쪼개 담은 형태다. 음악시장이 급격하게 음원 중심으로 바뀌면서 디지털 싱글 앨범 출시가 늘어나긴 했지만 정규앨범의 틀을 바꾼 건 빅뱅이 처음이다.

이런 앨범 쪼개기 전략은 일단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YG에 따르면 지난달 나온 첫번째 앨범 ‘M’ 중 루저(‘LOSER’)는 9일 현재 유튜브 조회 3130만뷰를 넘어섰으며 ‘배 배(BAE BAE)’도 2330만뷰를 돌파했다. 

지난 1일 출시된 두번째 앨범 ‘A’의 두 곡도 음원차트 상위권을 차지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빅뱅의 쪼개기 앨범은 기존 앨범이 10곡을 꽉 채워 하나의 앨범에 완결성을 부여해온 의미 중심 구조에서 탈피해 가볍게 즐기는 ‘스낵 컬쳐(snack culture)’의 한 형태로 보인다. 이는 음악소비 행태의 변화와도 관련이 있다. 음원발매 후 음악팬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음원소비 싸이클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긴 호흡을 견디지 못하는 디지털세대에 맞춰 소설도 짧아지고 있다.

인터파크도서가 지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국내소설 중 250쪽 이하로 출간된 신간 종수를 조사한 결과, 2010년 87종에 불과했던 250쪽 이하 국내소설이 2014년에는 124종에 이르러 5년 새 약 4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현상은 올해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최근 출간된 해이수의 장편소설 ‘십번기’(문학과지성사)는 184쪽이며, 김려령의 ‘트렁크’는 216쪽, 함정임의 ‘저녁식사가 끝난 뒤’는 224쪽, 고은규의 ‘알바패밀리’는 232쪽 등 기존의 장편소설보다 크게 얇아진 장편소설이 대세다.

아예 경(輕)장편 소설 시리즈도 등장했다. 민음사는 서유미 ‘끝의 시작’(180쪽) 등 ‘오늘의 젊은 작가’ 경장편 시리즈를 7권째 선보이고 있다. 출판사 은행나무의 ‘은행나무 노벨라’ 시리즈로 최근 나온 안보윤 작가의 ‘알마의 숲’의 경우 140쪽 분량으로 손에 쥐기 가볍다. 천명관, 윤이형, 박민규 등이 참여한 ‘K-픽션 시리즈’도 100페이지 남짓의 가벼운 두께로 독자들을 유혹한다. 단숨에 읽어낼 수 있는 이들 소설은 특히 젊은 층에서 호응도가 높다. 전자책의 경우에는 60~80쪽 짜리 소설도 나오고 있다,

출판사 관계자는 “젊은층의 라이프스타일이 모바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콘텐츠의 파편화 추세는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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