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문화스포츠 칼럼-이종덕]정동야행
‘이제 모두 세월 따라 흔적도 없이 변해 갔지만/덕수궁 돌담길엔 아직 남아 있어요/다정히 걸어가는 연인들/언젠가는 우리 모두 세월을 따라 떠나가지만/언덕밑 정동길엔 아직 남아있어요/눈덮힌 조그만 교회당/향긋한 오월의 꽃향기가 가슴깊이 그리워지면/눈내린 광화문 네거리 이곳에 이렇게 다시 찾아와요’

덕수궁 돌담길. ‘정동길’이라고도 불리는 이 곳은 대한민국의 가장 유명한 길 가운데 하나이다. 수많은 노래에 등장하기도 하고, 연인들에게는 사랑과 이별의 거리로 상징되기도 한다.

지난 5월29~30일 정동에서는 ‘정동야행’이라는 야외 축제가 진행됐다. 이번 축제는 ‘중구의 역사를 보다’, ‘정동의 밤을 거닐다’를 주제로 삼고 야사(夜史), 야설(夜說), 야로(夜路), 야화(夜花)를 소재로 다채롭게 꾸몄다.

‘야행(夜行)’이라는 주제답게 정동의 밤에 펼쳐지는 다양한 공연과 덕수궁, 정동극장, 주한미국대사관저, 서울시립미술관을 야간에 개방한다. 시민들은 그야말로 아름다운 정동의 밤길을 거닐며 오월의 마지막 밤을 행복함으로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지난 30일 저녁 7시 덕수궁에서 공연된 ‘서울팝스오케스트라 고궁음악회’는 고궁의 아름다운 밤의 운치와 열정적인 음악으로, 시민들에게 평소 경험할 수 없는 옛궁에서의 환상적인 무대를 선보여 모두 하나가 된 감동적인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날 서울팝스는 리처드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비틀스의 ‘헤이 주드’ 등을 들려줬다. 뮤지컬 배우 남경주가 ‘마법의 성’을 불렀고, 가수 거미는 ‘너를 사랑해’를 열창했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중구청은 덴마크 코펜하겐의 ‘컬처나이트(Culture Night)’를 벤치마킹했다.

이는 최창식 중구청장이 덴마크 출장 중 축제를 관람하고, 한국의 유서 깊은 정동길에도 이런 축제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됐다고 한다.

필자 역시 문화예술계에 종사하고 있지만 모든 시민이 문화예술을 고르게 향유해야 한다는 가장 중요한 사실을 간과할 때가 있다. 아직 문화적으로 선진국이라 할 수 없는 국내 현실을 반영해 볼 때 이런 축제가 시민들에게 얼마나 선한 영향력을 미칠 것인지는 늘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서울 중구는 9만여명의 시민이 찾은 ‘정동야행’ 축제를 정례화하겠다고 밝혔다. 매년 축제를 끌어나간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계획을 발표한 것은 아마도 늦은 시간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고 축제를 즐긴 시민들의 열정에 드리는 ‘화답(和答)’이었을 것이다.

봄밤에 떠난 잠깐의 ‘야행(夜行)’. 이번 축제가 시민들의 가슴에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그 중 예술을 처음 접한 꿈나무는 미래의 한국을 대표하는 예술가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다시 찾아올 오늘의 이 밤을 손꼽아 기다렸으면 좋겠다. “향긋한 오월의 꽃향기”가 가슴 깊이 그리워지게 말이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