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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가 선정ㆍ전시장 시공 잇단 잡음…서울시립미술관 ‘지드래곤 전시’ 논란 확산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서울시립미술관(관장 김홍희)이 연예기획사 YG엔터테인먼트(대표 양민석ㆍ이하 YG)와 함께 여는 가수 지드래곤(본명 권지용)의 전시 ‘피스마이너스원:무대를 넘어서’가 작가 선정부터 전시장 시공까지 끊임없는 논란을 빚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이번 전시장 설계를 건축사무소 SoA에 맡겼다. SoA는 마이클 스코긴스, 소피 클레멘츠, 유니버설 에브리띵, 제임스 클라, 콰욜라, 파비앙 베르쉐, 권오상, 방앤리, 박형근, 손동현, 진기종 등 국내ㆍ외 작가들과 함께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팀이기도 하다. 2011년 문을 연 신생 건축사무소로, 서울시립미술관에서 2013년 ‘종합극장’전, 2015년 ‘한ㆍ중ㆍ일 미묘한 삼각관계’전에 작가팀으로 참여한 데 이어 이번에는 작가팀이자 전시장 설계ㆍ디자인 업체로 동참했다. 

6월초 서울시립미술관에 설치된 프로젝터들. 보조 장치 없이 와이어 위에 아슬아슬하게 올려져 있는 모습이다.

익명을 요구한 미술계 관계자에 따르면 SoA가 연이어 서울시립미술관과 인연을 맺게 된 데에는 미술관 측 큐레이터 신은진씨와의 친분이 작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마추어 건축사무소가 전시장 설계를 맡은 탓에 부작용도 속속 노출됐다.

▶수의계약에, 전시장 잇단 재공사 논란=현재 국가계약법(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상 5000만원이 넘는 계약의 경우 공개입찰을 해야 한다. 그런데 공공기관인 서울시립미술관이 공개입찰이 아닌 수의계약 형태로 한 업체와 계약을 맺은 것이다.

전시 관계자에 따르면 오프닝 직전까지 가벽을 세우고 허물기를 반복하며 추가 예산이 적잖게 투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 예산 대부분은 YG 측에 청구된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젝터 설치물을 확대한 이미지.

서울시립미술관 측은 “이번 전시의 경우 가벽 설치 등 공간 구성이 많이 바뀌고 재공사된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작품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전시공간 구성도 논란을 불렀다. 권오상 작가의 ‘사진 조각’ 작품은 낮은 층고 때문에 작품이 천정에 거의 닿을 정도다.

설계 미숙은 위험천만한 설치물 해프닝으로 이어졌다.

오프닝이 열흘도 채 남지 않은 6월초, 시립미술관 메인 공간 천정에는 두 대의 프로젝터가 설치됐다. 문제는 프로젝터가 양쪽 기둥을 연결한 와이어 위에 보조장치도 없이 아슬아슬하게 올려져 있었던 것. 자칫 프로젝터가 떨어지면 1층 관람객들의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프로젝터의 무게에 와이어가 쳐지기 시작했다. 위험성 논란이 계속 제기됐고, 결국 안전관리 책임자의 판단하에 프로젝터는 철거됐다. 
권오상 작가의 사진 조각 작품 ‘무제의 G-Dradon, 이름이 비워진 자리’. 작품이 천정에 닿아 있다. [사진제공=서울시립미술관]

▶해외 작가에 억대 넘는 ‘아티스트피(Artist fee)’ 요구도=전시 참여 작가 12명 중 6명은 지드래곤 측에서, 6명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YG 쪽에서는 독립 큐레이터 박경린씨가, 미술관 쪽에서는 신은진 큐레이터가 기획을 맡았다.

양측은 작가 선정을 놓고 처음부터 잡음을 빚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각자 ‘입맛’에 맞는 작가들을 데려오기 위한 알력 다툼이 있었던 것. 게다가 이 과정에서 전시 취지와는 다른 해외 작가들이 선정됐다.

8일 공개된 전시장은 아예 국내 작가 공간과 해외 작가 공간이 분리돼 있었다. 그나마 국내 작가들은 지드래곤을 소재로 한 작업들을 선보인 반면, 해외 작가들은 지드래곤과는 무관한 ‘자기 작품’을 선보였다. 하나의 전시 타이틀 아래 두 개의 전시가 존재하는 모양새다.

이번 전시는 애초부터 기획사 연예인을 마케팅하기 위한 상업적 전시였다. 전시를 주최한 YG 측은 지드래곤과 국내 아티스트들과 협업 전시를 타이틀로 내걸었다. 그런데 미술관이 ‘해외 작가 끼워넣기’를 하는 바람에 이 취지마저도 무색해졌다. 상업 전시도 아닌, 순수미술 전시도 아닌 어정쩡한 이벤트가 됐다.

특히 미술관 측은 YG에 해외 작가들의 작품 제작 및 구매와 관련, 억대의 아티스트피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시 관련 비용은 철저히 비공개됐지만, 작가 12명에 대한 아티스트피와 전시장 설계ㆍ시공비, 대관료까지 YG는 이번 전시에 수십억원 이상을 지불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드래곤 아티스트 만들기’가 빚은 촌극=이번 전시는 YG의 제안으로 1년 전부터 극비리에 추진됐다.

당초 YG는 서울시립미술관이 아닌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등도 물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드래곤의 아티스트 이미지에 ‘정통성’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갤러리나 DDP가 아닌 미술관이 필요했다. 결국 거액의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무리한 전시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된 것이다.

한편 지난해 말 2015년 전시계획을 발표할 당시 서울시립미술관은 전시 주체가 지드래곤이라는 사실을 공식 발표하지 않았다. 그리고 5월말 깜짝 이벤트를 하듯 전시 내용을 공표했다. 국립미술관은 물론, 상업갤러리들조차 연간 전시 계획을 발표할 때 작가 이름을 함께 공개하는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이를 위해 철저한 기밀 유지가 이뤄졌다. 학예회의도 극비리에 추진됐다.

미술관 한 관계자는 “전시 관련 세부 내용은 과장급 등 임원들만 긴밀하게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관행적인 외부 자문 역시 받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본지 6월 4일자 온라인 보도 참조>

미술계 한 인사는 “김홍희 관장이 무리수를 두고 있다”면서 “지난해 논란을 빚었던 아트스타코리아 전시처럼 미술사적으로 아무런 의미를 남기지 못하는, 그저 이벤트에 불과한 전시들로 이목을 끌려 한다”고 지적했다. 2012년 1월 취임한 김 관장은 지난해 임기가 2년 연장되면서 오는 2016년 1월까지 미술관을 이끌 예정이다.

“미술의 대중화”를 표방하고 대중문화와 접점을 시도한 이번 전시의 관람료는 성인 기준 1만3000원. 지드래곤 전시만을 위한 티켓박스가 미술관 입구에 따로 설치됐다. 무료 전시가 대부분인 서울시립미술관으로서는 이례적인 행보다.

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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