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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사의 민낯-승정원일기 16] 임금과 신하 사이의 소통
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 하승현
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 하승현


신하가 계속해서 사직을 청하지만 받아들이고 싶지 않을 때, 임금은 어떤 조처를 취할까?

1634년(인조 12) 12월 23일, 영의정 윤방은 70의 나이로 노쇠해서 공무를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체차해 달라는 차자를 계속해서 올린다. 그러나 인조는 신명이 도와 반드시 병이 완쾌될 거라면서 윤허하지 않는다는 비답을 내린다. 그런데도 윤방이 계속해서 사직을 청하는 글을 올리자, 1635년(인조 13) 1월 15일에 좌승지 서경우를 보내 임금의 뜻을 윤방에게 전한다. 그리고 서경우는 그 결과를 서계(書啓)로 보고하였다. 서계는 왕명을 수행한 신하가 임무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와서 최종 결과를 보고할 때에는 사용한 문서이다.

서경우가 아룁니다.

“신이 명을 받들고 가서 영의정 윤방에게 전유하였더니, ‘지금처럼 일이 많은 때에 달을 넘기도록 일을 못하고 있으니, 매우 황공합니다. 그런데도 승지를 보내 조리한 다음 공무를 행하라고 타이르시니, 신은 참으로 감격스러워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신의 당초 병세는 오한과 신열이 오락가락하는 것이었는데 며칠 전부터는 병세가 더욱 심해졌습니다. 쌀 한 톨도 삼킬 수가 없다 보니 원기가 몹시 상해 날로 힘이 빠지고 있습니다. 노인의 기력으로 살아날 가망이 전혀 없는데 아직까지 직함을 띠고 있으니 매우 민망합니다.’ 하였습니다.”


서계를 받은 임금은 윤방에게 내의(內醫)를 보내 간병하게 하라고 전교한다. 전교에 따라 같은 날 내의원 관원 이성립이 윤방을 찾아가 병세를 살핀 후에 증상을 보고하자, 임금은 내의원 관원에게 약을 지어 보내고 왕래하며 간병하게 하라고 전교한다. 사직하는 관원의 상태를 임금의 측근을 통해 직접 확인한 후 적절한 조처를 취하였음을 알 수 있다. 신하의 마음을 잡아두기 위한 임금의 세심한 노력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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