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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잊힐만하면 등장하는 ‘한국형 프라이카우프’...검토만 수년째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이완구 국무총리가 취임 후 첫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국형 프라이카우프’를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프라이카우프(Freikauf)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이 총리는 25일 국회 정치·외교·통일·안보 대정부질문에서 심재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관련 질의에 “한국형 프라이카우프를 한번 검토해볼 가치가 있다고 본다”며 “이 문제에 대해 정부도 심도있게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프라이카우프는 과거 서독이 동독 내 정치범을 송환받는 대신 금전적 대가를 지불한 방식을 말한다.

서독은 이를 통해 1963년부터 통일 직전인 1989년까지 3만4000여명의 정치범을 데려오고 25만여명의 이산가족상봉을 성사시켰다.

투입된 금액은 17억300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에서는 북한에 있는 납북자나 국군포로, 정치범수용소에 수용된 정치범들을 대상으로 적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간헐적으로 제기돼왔다.

하지만 동서독의 프라이카우프 방식을 남북한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무리가 따른다.

먼저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의 대북지원에 대해 ‘퍼주기’로 규정하고 비판해온 현 여권이 프라이카우프가 기존의 대북지원과 어떻게 다른지 국민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대북전문가는 “현금이나 현물이 북한으로 간다는 얘기인데, 대북 퍼주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남한은 물론 북한도 주민들에 대한 설명 등 곤혹스런 측면이 있다”며 “내부적으로 국민적 합의를 거쳐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동서독에서는 양측의 정부가 직접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상황에서 교회가 가교 역할을 했지만, 북한의 경우 종교계는 물론 이를 대신할만한 시민단체 자체가 없다는 점도 한국형 프라이카우프의 발목을 잡고 있다.

동서독의 경우 서독 교회가 1962년 비료와 옥수수, 석탄 등을 공급하고 150여명의 동독 교회 관계자들을 석방시키면서 프라이카우프가 시작됐으며, 이듬해인 1963년부터 1989년까지 30여년 가까이 서독 정부의 지원 아래 동서독 교회가 주도했다.

하지만 북한에는 동독 교회와 같은 역할을 기대할만한 세력이 전무한 형편이다.

납북자 가족들도 프라이카우프 방식에 마냥 우호적인 것만은 아니다.

한 납북자 가족은 “정부가 몇 년 전에도 통영의 딸 문제가 이슈화되니깐 프라이카우프 방식을 검토하겠다고 했는데 몇 년 째 검토뿐”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한국형 프라이카우프 방식을 언급한 정부 고위당국자도 이 총리가 처음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 현인택 전 통일부장관과 류우익 전 통일부장관은 공개석상에서 프라이카우프 방식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으며, 현 정부 들어서도 류길재 통일부장관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납북자와 국군포로 문제 해결이 최우선 과제라면서 프라이카우프 방식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이 총리의 발언 역시 정부가 프라이카우프 방식을 진지하게 고민하기보다는 원론적 수준의 언급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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