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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시에서 행복한 마을은 가능한가’ 펴낸 서울시 마을지원센터장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생활의 어려움을 함께 하소연하고, 필요를 함께 궁리하며, 그 해결을 함께 도모하는 이웃들의 관계망이 바로 마을이에요.국가의 공공성은 한계를 보이고, 개인의 삶은 시장에 내맡겨지고 있습니다. 경쟁에서 배제되는 개인들을 국가의 공공성이 책임지고 있지 못하죠. 세 모녀 자살사건과 세월호 침몰 사고는 더 이상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하는 국가 공공성의바닥을 극적으로 드러냈습니다. 반면 엘리트 주도로 형성됐던 시민사회운동은 맥이 빠져버렸습니다. 미시적 생활세계로부터 공공성이 복원되지 않으면 개인들의 삶은 무너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웃이라는 친밀한 관계성으로부터 시작하는 다른 결의 공공성, 바로 마을살이입니다.”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장 유창복씨(52)의 말이다. 그가 20여년간의 성미산 마을살이와 2년반간의 행정경험을 바탕으로 책 ‘도시에서 행복한 마을은 가능한가’(휴머니스트)를 펴냈다. 지난 18일 그를 만나 마을, 마을살이, ‘마을하기’에 대해 물었다. 

유창복 센터장   [사진=윤병찬기자/yoon4698@heraldcorp.com]

마을은 이웃과의 생활공동체이자 서로 하소연하고 공감하는 정서의 공동체이고, 함께 궁리해 일상과 생활을 바꾸어가는 의사소통의 공동체이며, 공동의 자산을 운영해가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 거창한 듯 하지만 들여다보면 어디서나 마주칠수 있는 일상의 풍경이기도 하다. 저녁엔 어른들이 모여 술자리를 나누고 아이들은 수시로 몰려다니며 놀고, 우연히 마주친 이웃과 수다를 떤다. 그러다가 함께 모여 무엇인가를 배우기도 하고, 노래를 부르기도 하며 연극을 해보기도, 축제를 열기도 한다. 안전한 먹을 거리를 고민하다 십시일반으로 출자해 협동조합을 만들고 공동으로 유기농 생산물을 유통한다. 함께 이야기를 나눌 공간을 구상하다 카페를 만들고, 노래하고 춤추고 영화를 볼 데를 찾아보다 극장을 세운다. 이는 지난 1994년 공동육아로 시작된 서울 마포구 성미산 마을의 어제와 오늘이기도 하다. 삼각산재미난마을, 장수마을, 성대골마을 등이 성미산마을과 함께 일찌기 새로운 마을공동체의 가능성을 실현했고, 현재는 서울 각 지역에서 주민들의 자치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교차하며 마을살이가 공공영역의 새로운 ‘대안모델’로 모색되고 있다.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는관과 민, 행정과 자치, 권력과 시민사회의 교차점이다. 지난 2012년 8월 출범했고 유창복씨가 초대센터장이다. 

“박 시장하고는 개인적인 인연은 전혀 없었죠. 서울 시장 당선 1~2년전 동네를 구경하러 와서 마을 카페에서 만나기는 했었죠. 그러다가 지난 2011년 서울 시장 선거가 끝난 직후에 연락을 받았습니다. 시에서 마을 사업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성미산마을 사례를 참고 삼아 정책을 함께 짜보면 어떻겠느냐고 말입니다. 그래서 서울 각 지역의 마을 활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다 모아보자 했고, 매일 토론을 했죠. 그리고 다시 서울시에서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조직해달라는 이야기를 듣고 정책 수립에 의지가 있는 이들을 모아 집담회를 진행했습니다. ”

한마디로 결론은 “기대 반, 우려 반” 이었다. 지자체가 나선다면 마을사업이 확장될 수 있겠지만, 주민 자치를 관주도로 하는 것은 형용모순이라는 것이었다. 이어지는 집담회와 박원순 시장과의 면담에서 마을 사업 의견 제안자들은 세 가지를 내세웠다. 마을 지향ㆍ행정혁신ㆍ시민사회 혁신이 그것이다. 10개월간의 정책 논의와 자문을 통해 서울시엔 마을 사업 전담기구가 만들어졌고, 이를 공개입찰방식으로 위탁운영하는 안이 통과됐다. 유창복씨를 비롯한 서울 각 지역에서 마을살이에 뜻있는 시민들이 모여 재단법인 ‘마을’을 만들었고,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를 3년간 위탁운영하게 된 것이다. 내년이 첫 위탁운영기한 마지막해다. 그동안 센터에선 우리마을프로젝트, 부모커뮤니티, 주민제안사업 등을 진행했다. 대부분 공모를 통해 각 지역 사회에서 마을 공동체 활동의 주체를 발굴하고, 이들이 계획을 입안하면, 심사를 통해 지원하는 방식이다. 다양한 사업과 아이디어가 쏟아졌고, 지원 결과에 대한 호응도 좋았다. 

유창복 센터장 [사진=윤병찬기자/yoon4698@heraldcorp.com]

“어떤 마을에서는 한 젊은 엄마가 출산 후 전쟁치르듯 육아를 하다가 아이가 서너살이 되니 우울증 지경까지 간 일이 있었어요.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했으니 아이와 함께 나들이를 할 때에 극단적인 무력감과 고립감에 빠진 것이죠. 그런데 부모커뮤니티사업을 알게 돼 이웃 엄마와 경험삼아 공모에 응했는데, 지금은 그 동네의 유명한 활동가가 됐습니다. 마을살이란 그런 게 아닐까 합니다. ”

유 센터장은 “내 새끼 어떻게 키울까” 고민하다 서울 성산동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이웃과 함께 하다 보니 ‘내 새끼’가 ‘우리 새끼’가 되고 ‘공동육아’가 됐다. 그 아이들이 커가니 ‘대안학교’를 만들었다. 교육 걱정 해결되니 먹을 거리 고민이 생겼다. 그래서 유기농 먹을 거리를 조달하기 위한 ‘협동조합’을 세웠다. 그 다음은 “어떻게 같이 놀까”였다. 마을 축제를 벌였고,마을 극장을 얻었다. 


“마을에서 지지고 볶고 하는 일과 시단위의 행정은 정말 다른 경험입니다. 가끔 왜 시작했나 하는 생각이 들때도 있죠. 서로 많이 문턱을 낮췄지만, 행정과 풀뿌리 시민사회 영역 사이에는 아직도 ‘번역’이 필요합니다. 그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저희 임무입니다.”

‘도시에서 행복한 마을은 가능한가’의 머릿말 추천사에서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는 마을살이의 대안적 의미를 꿰뚫는다. “전통적인 공동체의 파괴, 마을이나 가족의 소멸은 기초적인 인간 유대를 해체하여 삶의 환경을 황폐화했다”며 “마을공동체 운동은 압축 성장이 만들어낸 문제를 사회의 내면에서부터 바로잡아보려고 한다”고 했다.


suk@heraldcorp.com

사진=윤병찬 기자 yoon469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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