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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맞불의 정석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맞불 작전’은 불에 탈 것을 미리 태워, 피해를 줄이는 방법이다. 주로 산불 진화에 사용된다. 정부 여당 인사들이 지난 15일 국회 긴급현안질의에 임한 자세는 ‘맞불의 정석’으로 해석된다. 이들이 미리 태운 곳은 야당, 피해를 줄인 곳은 ‘청와대’쯤 된다.

포문은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열었다. 김 의원은 본회의장 단상에 오르자마자 정윤회 사건과 관련 “야당이 또 시작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뜬금포’ 성격이다. 관련 논란은 세계일보 보도가 발단이 됐고, 이후 나온 ‘청와대 회유설’로 2라운드로 접어드는 형국이다. 그는 새정치연합 박지원 의원을 향해선 ‘김정일 꽃배달원이냐’고 했고, 새정치연합을 향해선 ‘종북 숙주’라 칭했다.

야당엔 ‘큰불’이 났다. 서영교 의원은 “정윤회가 고맙다고 하겠다”고 했고, 다른 야당 의원들도 “지금 개그 하냐”, “청와대 가려느냐”, “창피한 줄 알라”는 고성이 쏟아졌다. 맞불이 제대로 먹힌 것이다. 싸움에 얽히면 양측 모두 진흙을 묻힌다.

‘의원 물’이 덜 빠져서일까. ‘너나 잘해’ 막말로 사과까지 해야했던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특유의 ‘돌쇠 스타일’을 선보였다.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추진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이었던 그는 자원외교 실패를 지적하는 야당 의원들을 향해 “사실 관계 확인좀 하시라”, “모르면서 하는 말”이라 대응했다. 이 자리가 국회의 대정부 긴급현안 질의를 위해 마련됐다는 사실이 무색해질 지경이었다.

황교안 법무부장관은 새정치연합 박주선 의원에게 “의원님께선 검찰과 악연이 있어서…”라고 말했다. 박 의원이 특검을 요구하자 이를 개인적인 검찰을 향한 ‘분풀이 차원’으로 격하해 해석한 것이다. 새누리당 비례 초선 김현숙 의원은 “야당도 공무원연금 개혁 방안을 내라”고 주장해 야당 의원들의 항의를 받았다.

새누리당의 15일 ‘맞불 작전’은 일견 성공적으로 보인다. ‘여야 설전’과 ‘본회의장 고성’으로 묶여, 함께 싸움판에 뒹군 것으로 주로 보도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맞불’은 되레 큰 ‘화(禍)’가 되기도 한다. 바로 맞바람이 거셀 때다. 제가 놓은 불에 자기가 피해를 볼 수도 있단 얘기다. 지금 부는 ‘정윤회 바람’이 맞바람일지, 순바람일지는 아직은 모른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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