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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車를 사러 갔다...예술을 타고 오다
강남 ‘현대모터스튜디오’
英 미디어아트 작품 전시
고객과 소통…문화적 실험


강남 도산대로 한복판에 통유리로 된 5층짜리 건물이 보인다. 국내 자동차 브랜드의 ‘자존심’인 현대자동차가 수입차 전시장이 즐비한 이 거리에 브랜드 체험공간 겸 문화공간을 만들었다. 이름은 ‘현대모터스튜디오’. 최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미술관 등에서 현대미술 주요 작가들을 후원한 대형 전시들을 잇달아 선보였던 현대차가 문화를 통해 고객들과 소통하려는 의지를 집약시켜 놓은 공간이 바로 이곳이다. ‘사람을 움직이는 수단’을 만드는 현대차가 ‘마음을 움직이는 공간’을 목표로 문화적 실험에 나선 셈이다.

인피니티 전시장이 있던 건물을 건축가 서을호(서아키텍트 대표)의 설계를 토대로 기본 골조만 빼고 거의 새로 짓다시피 공을 들여 리뉴얼했다. 지난 5월 개관 당시 세월호 참사 추모에 동참하며 공간 알리기를 자제했던 현대차가 최근 영국 유명 미디어아트 작가 그룹의 작품을 전시하는 등 본격적인 문화 마케팅에 돌입했다. 


건물은 그 자체가 차체를 해체시켜 놓은 것처럼 보인다. 아연도금철로 만든 배관용 강관 파이프가 각 층 천장을 뒤덮고 있고, 층과 층을 연결하는 계단에는 스키드마크같은 자동차 바퀴 자국이 그려져 있다. 3개 층 통유리 쪽에서는 LF소나타, 제네시스 등 현대차의 시그니처 자동차가 각각 3대씩 세로로 걸린 채 로테이션되고 있다. 유리창 밖에서는 자동차 윗부분이, 건물 내부에서는 자동차 아랫 부분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구조다.

갤러리라는 이름 대신 스튜디오라는 이름을 붙인 1층에는 영국 미디어아티스트 그룹 UVA의 작품을 설치했다. 현대모터스튜디오 개관 전시 때 작품을 선보였던 그 작가 그룹이다. UVA의 ‘움직임의 원리2’는 작가들이 한국을 여행하면서 느꼈던 다양한 ‘움직임’에 대한 아이디어를 뉴미디어아트로 구현한 작품이다. 원형조형물 5개가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는 가운데 그 위에서는 대형 스크린을 통해 영상물이 상영된다. 점, 선으로 구성된 즉흥적인 이미지들이 한국의 오방색(청, 적, 황, 백, 흑)을 입고 피아노 악보 위의 음표처럼 끊임없이 흘러간다. 작품 너머 유리 창 밖에 보이는 복잡한 도시풍경도 예술의 일부분으로 끌여들었다. 


현대모터스튜디오는 전시ㆍ문화 공간이면서 동시에 자동차 판매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김민수 현대차 브랜드전략실 이사는 “이 곳은 차를 팔기도 하지만, 차를 사러 올 필요는 없다. 현대미술과 같은 고급문화가 일부 계층의 전유물이 아닌 모두의 것이 되도록 만드는 게 현대모터스튜디오를 만든 이유이자 현대차 문화마케팅의 철학”이라고 강조했다. 

김아미 기자/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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