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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겁없는 젊은 작가가 그린 미래…양극화와 십대 문제로 그린 디스토피아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우리 사회에서 가장 약자는 청소년입니다. 다른 사회적 약자들은 성인이기 때문에 매체나 시위나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청소년은 이제까지 한번도 자신의 의사 표명을 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작품을 통해 철저하게 십대의 입장을 이야기해보고 싶었습니다. 미성년자라는 특성으로부터 청소년들은 숨죽이고 기다리면 언젠가는 해방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데, 그러한 사고를 깨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언제까지 도발과 복장의 자유만 논해야 할까요? 더 높은 차원의 인권을 주장해도 되지 않을까요?”

서른 한 살, 아직은 이십대와 더 가까와서일까 작고 갸녀린 몸집이 마치 소녀같은 앳된 모습이었고, 처음 갖는 기자회견에목소리마저 떨렸다. 하지만 입에서 나온 말은 거침이 없었다. ‘앙팡 테리블’이라할만하다. 아동청소년 전문 출판사 비룡소에서 주최하는 청소년문학상인 제 8회 블루 픽션상 수상 작가 장은선이다. 


그의 수상작인 장편소설 ‘밀레니얼 칠드런’은 노화를 극복한 첫 세대가 사는 근미래가 배경이다. 노화의 극복으로 사망률이 낮아지고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자 정부는 산아 제한 정책의 일환으로 막대한 ‘자식세’를 신설한다. 거액의 자식세를 부담할 수 있는 소수의 부자들만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다. 몰래 낳거나 버려진 아이들은 모두 ‘학교’에 수용된다. 이곳에서 엄혹한 경쟁을 치러 시험에 통과한 최상위층의 학생들만이 성인이 된다. 나머지 대부분은 결혼이 금지되고, 교육ㆍ선거권도 제한된 비성년으로 남는다. 원래는 부유한 집에서 ‘등록 아동’으로 태어났으나 부모가 갑작스레 사고로 죽는 바람에 더 이상 자식세를 물지 못해 학교로 들어간 소년이 주인공이다. 완전한 등급제도인 학교에서 그가 각성하는 현실과 십대들의 반란이 소설의 내용이다. 청소년 인권과 양극화 문제가 과격하다 싶을 정도로 다뤄진 디스토피아다. 


장은선 작가는 중대 일어일문학과 출신으로 애니메이션 ‘드래곤볼Z’의 주제곡으로 유명한 가수 카게야마 히로노부의 통역을 맡게 된 것을 인연으로 일본 연예기획사에서 스태프로 일했으나 동일본 대지진을 겪고 한국에 돌아왔다. 카게야마 히로노부와는 가족처럼 지낼 정도였으나 혼자 일본에서 도망쳤다는 자괴감에 반년간 무작정 세계 여행에 나섰다가 잠시 출판 기획자로도 일했다.

장은선 작가는 일본 만화나 ‘헝거게임’ 같은 영ㆍ미권 장르소설의 애호가다. “최근 영미권 영화나 영어덜트 소설들은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는 사실이나 제가 좋아하는 ‘헝거게임’을 충분히 의식했다”며 “판타지나 디스토피아는 과격한 설정을 극단으로 밀어붙여 현실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할 정도다.

그는 ‘밀레니얼 칠드런’의 속편, 좀 더 과격한 성인 버전의 작품도 염두에 두고 있다. 여러모로 겁없는 신인 작가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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