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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시간 15일 05시…‘필레 구하기’ 골든 타임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46억년 전 지구 생명 기원의 비밀을 풀어 줄 인류 역사 상 첫 혜성 탐사 임무는 ‘삼일천하’로 끝날까, 아니면 ‘3개월 생명 연장’으로 이어질까.

지난 12일(세계표준시) 지구로부터 5억1000만㎞ 떨어진 혜성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이하 67P)에 착륙한 탐사 로봇 ‘필레(Philae)’의 생명이 촌각을 다투고 있다. 애초 착륙예정지를 벗어나, 태양볕이 잘 들지 않는 절벽 근처에 뿌리를 내린 탓이다.

1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BBC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유럽우주국(ESA)은 필레가 보내온 사진과 무선데이터 신호를 분석해 필레의 상세한 착륙 과정과 착륙지점을 분석했다.


필레는 전날 ESA의 발표와 달리 정확히 세번 착륙을 시도했다. 12일 오전8시35분(이하 세계표준시)에 로제타호로부터 분리된 필레는 오후3시33분에 67P의 가장 평지인 1㎢ 면적의 ‘아질키아’에 내려섰다.

하지만 표면에 몸체를 붙들어 주는 작살이 발사되지 않아 다시 상공 1㎞ 가량 위로 붕 떠서 2시간을 67P와 함께 회전했다. 이어 2시간 뒤인 오후5시26분에 두번째 착륙을 시도하다 살짝 튀었고, 7분 뒤인 오후5시33분에 착륙을 완료했다.


위치가 좋지 않다. 아질키아에서 떨어진 곳에 절벽 가까이 몸체가 끼인 것으로 추정된다. 삼발이 다리 중 1개가 표면에 붙어있지 못하고 공중으로 솟은 사진이 전송돼 왔다.

문제는 필레의 자체전력은 60시간 뿐으로, 14일 오후8시(한국시간 15일 오전5시)면 모두 방전된다는 것이다. 이후 필레는 몸체를 둘러싼 태양전지판을 이용해 태양전지로 3개월 간 가동하도록 설계돼 있다. 당초 예정 착륙지인 아질키아에서라면 하루 6~7시간씩 태양빛을 흡수할 수 있지만, 실제 착륙 추정지에서라면 하루 90분 밖에 빛을 받지 못한다.


장 피에르 비브링 로제타 프로젝트팀 교수는 “필레와 1미터 거리에 절벽이 있다. 거기선 빛이 적다”고 말했다.

로제타 프로젝트팀은 이제 필레를 구하기 위한 시간과의 싸움에 돌입했다.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햇볕이 잘 드는 양지바른 곳으로 필레를 재위치시켜야한다.

우선 필레의 정확한 위치를 찾아야한다. 과학자들은 필레와 로제타의 송신 데이터로 필레가 있는 지점을 점점 좁혀가고 있다. 그 다음 필레 내부의 자체 기계 장치를 이용해 몸체를 띄우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다.

매트 테일러 박사는 “안에 햄머가 있다. 이를 이용해 다시 뛰어오르도록 할 수 있으면 좋다. 자체전력이 다 되기 전에 막판시도로서 드릴을 사용할 수도 있다. 많은 행운이 따라야한다”고 말했다.

필레는 드릴을 이용해 표면을 뚫어 혜성의 토양을 분석하는 임무를 띠고 있다. 하지만 착륙 위치가 좋지 않아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나온다. 워릭대학교 천문학 및 천체물리학팀의 톰 마시 교수는 텔레그래프에 “필레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표면에 불안하게 고정돼 있는 것이다. 드릴로 표면을 뚫기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필레가 드릴을 쓰면 반작용으로 몸체가 다시 날아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필레가 보내온 데이터는 이미 기대 이상이라는 게 프로젝트팀의 내부 평가다. 테일러 박사는 “필레가 2시간 가량을 공중에 떠 다녔기 때문에 사실상 우리가 기대한 것 이상으로 많은 데이터를 받았다. 처음에는 다른 이유에서 필레가 착륙하기 전에 튕겨지도록 하는 안도 고려했었다가 폐기했다”며 “많은 정보가 필레로부터 전송돼 오고 있으며, 이미 대단한 성공”이라며 만족해 했다.

/jshan@heraldcorp.com



<무선데이터로 추정한 필레의 착륙지점>

* 첫번째 착륙지점

(아질키아 내, 세계표준시 12일 오후3시33분)

* 마지막 착륙지점

(절벽 옆, 12일 오후5시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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