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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적인 작가이자 교사가 된 열등생이 말하는 ‘학교의 슬픔’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수학: 기초 부족. 영어: 수다스럽지만 영어는 단 한마디도 안 함. 과학: 좀 더 분발할 것. 기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성과도 없음. 미술: 수업 시간 외에 사방에 그림을 그림. 음악: 산만함. 체육: 수업에 자주 빠짐, 국어: 밝고 사교적이나 수업에 소극적. 역사지리: 나아질 것으로 기대. ’

중학교에서 이렇게 초라한 성적표를 받은 프랑스 소년이 있었다. 그는 훗날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그러니까 나는 공부를 못하는 학생이었다. 어렸을 때, 나는 날마다 학교에서 들볶이다 저녁 늦게야 집에 돌아왔다. 내 공책에는 선생님들의 꾸지람이 적혀 있었다. 반에서 꼴찌가 아닐 때는 꼴찌 바로 앞이었다.(축배를 들어야 할 일이었다!) 처음엔 계산, 그 다음엔 수학에서 꽉 막혔고, 심각한 철자 습득 장애에다, 역사 연대 암기와 지리의 장소 파악에도 먹통이었고, 외국어 습득 불능에다 (수업은 듣지 않고 숙제도 하지 않는) 게으름뱅이라는 명성이 자자했으며, 음악이나 체육 혹은 그 외의 어떤 과목으로도 벌충하지 못한 한심하기 짝이 없는 성적표를 집으로 가져오곤 했다.”



교실에 앉았던 구제불능 열등생은 십 몇 년 후인 스물 다섯살부터 교단에 서서 25년간 2500명을 가르친 종고등교사가 됐고, 프랑스에서만 600만부의 저서가 팔리고 이를 전세계 20개국 이상의 언어로 번역 출간한 세계적인 작가가 됐다. 프랑스 작가 다니엘 페낙의 이야기다.

그가 열등생이었던 어린 시절의 경험과 학생 및 교사로서 겪은 학교 교육에 대한 사유를 펼친 자전적 에세이 ‘학교의 슬픔’(윤정임 옮김, 문학동네)이 최근 출간됐다. 공쿠르상과 함께 프랑스 최고 권위의 문학상으로 꼽히는 르노도상의 2007년 수상작이다. 다니엘 페낙은 한 인터뷰에서 이 책에 관해 “학교에 관한 에세이가 아니라 열등생의 이해하지 못하는 고통에 대한 에세이, 미래를 스스로 포기하고 영원한 현재에 갇히는 열등생의 이야기”라고 했다.

다니엘 페낙은 이 작품에서 열등생과 그들의 부모들과 교사들이 느끼는 심정적 고통, 오늘날 학교의 현주소를 특유의 재치있는 입담과 따뜻한 시선으로 성찰해간다.

알파벳 ‘a’를 익히기 위해 무려 1년을 보냈고, 숙제를 못해 선생님에게 거짓말을 지어내야 했으며, 학교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패거리를 꿈꿨고, 어른들에게 복수를 계획했던 어린 시절의 일화들도 읽는 재미를 주지만, 그것을 넘어 교육의 가치에 대한 인간적인 접근과 현대 교육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의 시각이 빛나는 책이다.

이형석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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