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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류 공공의 삶을 바꾼 천재들의 아이디어, ‘세상을 바꾸는 씨드’
〔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스웨덴 출신의 건축학 교수이자 건축 디자이너 안데르 빌헬손은 주거지 연구차 학생들을 데리고 뭄바이의 좁은 골목길을 누비다 아무렇게나 지은 함석지붕집 앞을 지나게 됐다. 그에게 현지의 한 여성은 “적어도 우리는 노숙을 하고 있지 않다, 그러니 지금 우리에게 건축을 해줄 사람은 필요없다”며 “더 이상 나빠질 수 없는 공중위생”이야말로 시급하게 해결해야 될 문제라고 말했다. 뭄바이의 빈민촌에서 하나를 두고 수백명이 써야 하는 공공화장실의 실태야말로 현지 주민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문제였고, 질병 및 사회문제를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였다. 화장실 증축 및 하수 처리 시설 개선이 필요했지만 엄청난 비용이 드는 대규모 공사는 불가능했다. 빌헬손은 고민과 연구를 거듭한 끝에 하나의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된다. 친환경 일회용 변기, ‘피푸’(peepoo)라는 이름의, 10g도 채 되지 않는 길쭉한 봉투가 답이었다. 봉투 속 요소분말이 배설물의 병균을 제거할 뿐 아니라 봉투 자체도 분해하는 기능을 갖춘 것이다. 3센트에 팔리는 이 봉투는 현재 하루 50만개가 생산되고 있으며, 제조사측은 앞으로 26억명이 이를 사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단지 이윤이 아니라 인류 공공의 삶을 바꾼 천재적인 혁신가 9명의 사례를 담은 책 ‘세상을 바꾸는 씨드’(슈테판 쉬르와 팀 투리악 지음, 유영미 옮김, 프롬북스)가 최근 출간됐다. 저자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는 의미로 ‘이노베이션 스턴트맨’이라고 부른 9명의 주인공들은 건축, 디자인, 예술, 로봇공학, 교육, 공동체, 게임 영역에서 인류의 삶을 바꾼 이들이다. 특히 이들 대부분은 공공 영역에서 인류의 새로운 진보적 가치를 실현했다.

아프리카에 오페라 마을을 만들고 현지의 재료로 건축을 시도해 공동 성장의 새로운 모델을 세운 부르기나 파소 출신의 건축가 프랜시스 케레, 슈퍼마켓과 식당을 결합한 사회적 기업 ‘피플스 슈퍼마켓’으로 협동조합운동의 새 바람을 불러일으킨 요리사출신의 기업가 아더포츠 도슨, 경쟁과 파괴, 전투가 아닌 진화와 연대의 가치를 담은 게임을 만든 중국출신 제노바 첸 등 9명의 이야기는 각 분야의 정보와 미래를 주도할 개념도 아울러 시사한다. 단지 새롭고 효율적인 것이 아닌 대안적인 삶과 가치, 세계를 모색하고 구현하는 아이디어를 추구한 이들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진정한 영웅이자 혁신가라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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