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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 정태일> 무승부의 미덕
8대 9. 소수점 적용이 불가능한 세계에서 17이라는 숫자를 절반에 가깝게 나눈다면 이 정도를 정답이라 볼 수 있다. 17명의 광역단체장을 뽑는 지난 6ㆍ4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이 8곳, 새정치민주연합이 9곳을 가져가며 절반씩 차지했다. 그래서 이번 선거는 여야의 무승부로 끝났다고 한다.

무승부의 결과가 나오자 이전 지방선거 이후와는 다른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참패로 지도부가 총사퇴하거나 대승 후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갔던 이전 선거와 달리 이번에는 여야 모두 승리하지 못한 원인을 냉철하게 평가하는 등 무승부가 주는 교훈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새정치연합은 최근 이틀 연속 지방선거를 평가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지난 17일 당내 초선, 재선, 3선 등 11명의 의원들로 구성된 혁신모임이 만든 토론회에서 오영식 서울시당위원장은 “당이 전국 단위 의제설정에 실패했고 공천잡음으로 당 결속력을 약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이날 김한길 공동대표도 참석해 “지도부 살살 다뤄달라”는 부탁도 했지만 현장에서는 “당 컨트롤타워에 문제 있다”, “‘의사결정 구조를 재편해야 한다” 등의 쓴소리가 이어졌다. 또 18일 청년위원회가 연 지방선거 토론회에 역시 김 대표가 방문해 청년들에게 “청년 공천에 야박했다”고 반성했다.

새누리당에서도 선방했다는 일부 평가와 달리 무승부가 나올 수밖에 없는 당내 현실을 비판하는 의견이 더 부각됐다. 선거 후 조해진 의원은 “영남, 잘사는 계층이라고 해서 무조건 새누리당을 찍는 게 아니라는 점이 확실해졌다”고 진단했다. 강석훈 의원은 “이번 선거는 대통령만 있는 선거였다”며 ‘대통령을 살려달라’는 메시지로 접근한 선대위 전략을 정면 비판했다. 만약 이번 선거가 어느 한쪽으로 크게 기울었다면 이처럼 양쪽에서 자성하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들이 많다. 새정치연합 핵심관계자도 “당을 위해선 차라리 무승부가 나온 게 옳다”고 말할 정도다. 이른바 무승부의 미덕이다. 이를 기회 삼아 여야가 무승부에 담긴 민심의 뜻을 깊에 헤아리길 바란다. 국민은 지금 여야가 하고 있는 딱 ‘그만큼’ 정도에만 표를 줬을 뿐이다.

정태일 정치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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