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인권보호’ 외치던 경찰, 유치장 관리부서 수사과로 일원화
[헤럴드경제=김기훈 기자] 경찰청은 유치장 관리 경무과 담당 시범운영을 끝내고 모든 유치장 관리를 수사과로 일원화하기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는 ‘인권보호 차원에서 유치장 관리를 경무과에 맡겨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번복한 것으로, 경찰의 인권보호 강화 의지가 꺾인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1년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유치장 관리를 수사과가 아닌 경무과에 맡기는 제도를 시범운영했다. 전국 유치장 112개소 가운데 30%인 34개소를 경무과에서 운영했으며 이는 수사와 유치 업무를 분리해 유치인 인권 보호 수준을 높이기 위함이라고 경찰청은 설명했었다.

실제 지난 2010년 서울 양천경찰서에서는 절도 혐의로 조사받던 피의자가 일명 ‘날개 꺾기’ 고문을 당해 논란이 인 바 있다. 수사과가 유치장을 관리하는 데 따른 부작용이다. 이에 인권 전문가들은 유치장 관리를 경무과가 전담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해왔다.

유치장 관리를 수사과로 일원화하며 경찰이 밝힌 이유는 유치장에서 발생한 각종 사건ㆍ사고다. 시범운영 기간 동안 전국 유치장에서 발생한 도주, 자살ㆍ자해 시도 등 12건 가운데 11건이 경무과 시범운영 경찰서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이는 표면상 이유일 뿐, 유치장 관리의 경무과 이전은 사실상 법무부 반대로 무산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법무부는 형사소송법에 따라 체포ㆍ구속 장소의 감찰 권한은 검사에게 있으며, 검사는 사법경찰관만을 지휘할 뿐 경무과 행정경찰을 지휘할 수 없다며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이에 경찰은 행정경찰과 사법경찰을 나누는 것은 현형법에 없는 개념이라며 인권보호 차원에서 경무과가 관리해야 한다고 평행성을 달렸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경찰 스스로 인권보호란 가치를 포기해버린 것은 아닌가 우려 섞인 지적도 나온다. 법무부 반대가 완강한 상태서 각종 사건ㆍ사고로 경찰이 경무과 이관을 추진할 동력을 잃었다는 분석이다.

이상훈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는 “유치장 관리를 경무과가 할 수 없도록 조치한 데는 법무부의 완고한 반대가 배경에 있었다”며 “부처 이기주의 속에서 인권이 방치됐다. 유치장은 다시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유치장 관리를 수사 주체에 맡겨 둘 경우, 무죄 추정의 원칙을 벗어나 무리한 수사를 펼칠 수 있다”며 “일본의 경우 유치장 관리는 경무국이 맡고 있고 영국은 치안판사가 관리하도록 규정해 인권 침해가 없도록 선을 긋는다”고 강조했다. 또 “비록 유치장 사고가 잇따랐다고 하지만 수사과로 원상복귀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한편 경찰청 관계자는 “시범운영 결과를 토대로 수사-유치 업무 간에 연계를 강화하고 유치장 내 사고 방지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했다. 또 “수사과가 맡더라도 인권유린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을 강화하는 등 인권수준을 높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kihu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