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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컵이 두렵지 않은 명작 공연
[헤럴드경제=신수정 기자] 이달 중순 명작들이 줄줄이 개막하면서 공연장의 열기가 월드컵 경기장 못지않게 달아오르고 있다. 일부 뮤지컬이나 연극 공연은 월드컵 시즌을 피해 개막일자를 잡기도 했지만, 정면승부를 띄울 정도로 자신감에 찬 공연들은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발랄한 18금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지난 11일 개막한 국립창극단의 신작 ‘변강쇠 점 찍고 옹녀’는 18세 이상 관람가지만 끈적하기보다는 발랄하다. 정력의 상징 변강쇠와 색(色)을 밝히는 옹녀가 주인공이다보니 야한 장면이나 노골적인 대사도 적지 않다. 하지만 연극 ‘푸르른날에’에서 명랑한 신파를 선보였던 고선웅 연출은 현대적인 감각으로 변강쇠를 재해석해 시종일관 유쾌한 웃음을 이끌어낸다.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와 뮤지컬 ‘모차르트!’ ‘캣츠’ 등 월드컵 시즌에 정면승부를 띄워 개막한 작품들이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설앤컴퍼니, 국립극장]

극중 이 마을 저 마을을 떠돌던 옹녀와 변강쇠가 최희준의 하숙생 중 “인생은 나그네길~”을 부르기도 하고, 처녀귀신과 총각귀신들은 왈츠를 춘다. 동네 남성들은 미스코리아처럼 손을 흔들며 사라지고, 이정표장승은 모델 워킹을 선보인다.

특히 호색할매역의 서정금이나 대방여장승역의 유수정 등이 능청스럽게 변강쇠에게 구애하며 관객들의 폭소를 자아낸다. 섹시댄스를 추는 의녀역의 정은혜 등 신입단원들의 끼도 마음껏 발산된다.


무엇보다 신명나는 우리 소리가 젊은 관객들까지 어깨를 들썩이게 만든다. 절로 흥이난 관객들이 ‘얼쑤’ 등 추임새를 넣기도 한다. 판소리 ‘변강쇠전’이 원작이며, 작창과 작곡은 국악그룹 푸리 멤버이자 안숙선 명창의 제자인 한승석 중앙대 교수가 맡았다.

김지숙과 이소연이 옹녀, 김학용과 최호성이 변강쇠역을 맡았고 국립창극단 단원들이 각종 지역의 이름을 딴 장승들로 등장한다.

변강쇠를 빼앗아간 장승들에 맞서는 당찬 옹녀를 내세운 ‘변강쇠 점 찍고 옹녀’는 다음달 6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건재한 박효신…뮤지컬 ‘모차르트!’=‘모차르트!’는 2010년 초연 당시 3000석 규모의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을 매진시키는 등 흥행몰이를 했던 작품이다. 올해 월드컵 개막 직전인 지난 11일 자신있게 네번째 막을 올렸다.

초연부터 함께한 박은태와 임태경 뿐만아니라 올해 박효신이 새롭게 모차르트역에 합류했다. 지난해 뮤지컬 ‘엘리자벳’에 출연해 호평을 받았던 박효신은 감미로운 저음과 폭발적인 고음을 오가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박효신이 노래를 마칠 때마다 객석에서는 아이돌 콘서트장 못지않은 함성이 터져나온다. 공연이 끝난 뒤 관객들은 “소름이 돋았다”, “역시 박효신”이라며 극장을 빠져나갔다.


박효신이 연기한 모차르트는 천재 음악가의 광기를 강하게 드러내기보다 자유를 갈망하는 천진난만한 소년같은 느낌을 준다.

극의 흐름 역시 긴박하게 전개되기보다는 모차르트와 주변 인물과의 갈등에 초점을 맞췄다. 35년이라는 짧은 생애에 수많은 걸작을 남긴 모차르트의 불꽃같은 삶에 비하면 뮤지컬의 스토리는 강렬함이 덜하다.

하지만 ‘황금별’ ‘내 운명 피하고 싶어’ 등 웅장한 노래가 민영기, 차지연, 김소향, 이정열 등 가창력이 뛰어난 배우들의 목소리를 통해 전달돼 감동을 높였다. 8월 3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명불허전 뮤지컬 ‘캣츠’=6년만에 열린 ‘캣츠’ 오리지널팀 내한 공연은 지난 13일 개막했다. 미국, 영국,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세계 각지에서 선발된 배우들은 화려한 춤과 노래로 흡사 놀이공원 퍼레이드쇼를 보는 것 같은 즐거움을 선사한다.

1년에 한번 열리는 고양이들의 축제 젤리클볼에 모인 고양이들이 각자 자신의 캐릭터를 소개하고 장기를 뽐낸다. 마법사 고양이 미스토펠리스는 발레를 하고, 검비고양이는 탭댄스를 추는 등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아기고양이 실라밥이 한국말로 ‘메모리’를 부르거나, 반항아 고양이 럼 텀 터커가 “재미있어서” 등 한국말로 대사를 하는 깜짝 선물도 제공한다. 캣츠의 ‘메모리’는 바브라 스프라이샌드, 플라시도 도밍고 등 유명 가수들이 리메이크를 할 정도로 유명한 곡이다.


한때는 아름다운 고양이였지만 지금은 늙고 초라해진 그리자벨라가 ‘메모리’를 부르며 관객들의 심금을 울린다.

인터미션 때는 고양이들이 예고없이 객석에 출몰해 관객들의 비명소리와 웃음소리가 요란하게 울려퍼진다. 무대와 객석을 오가며 재롱을 부리는 고양이들이 즐거움을 선사하는 ‘캣츠’는 8월 24일까지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공연한다.

/ss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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