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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쉼표> 망각(忘却)
1960년대 미국에서 있었던 일이다. 다니엘 오퍼라는 정신과 레지던트는 동료들과 함께 14세 청소년 73명을 모집해 부모에 대한 생각, 부모의 훈육방법, 가정환경, 성(性)정체성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인터뷰했다. 그리고 34년 후 48세가 되던 해, 그들을 다시 불러 10대 시절을 기억하게 했다. 결과는 완전 의외였다. 기억의 일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 놀랍게도 하나같이 인터뷰 한 것은 기억했다고 한다.

10대 때 외향적이었다고 회상한 사람들 대부분은 14세 당시 실제로는 내성적이었고, 부모와 사이가 매우 좋았다고 기억한 이들은 대체로 당시 사정은 반대였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남겨 놓고 싶은 것만 구미에 맞게 제멋대로 저장하는 뇌(머리)의 속성 때문이라고 한다. 지금 ‘사실’이라고 믿고 있는 기억의 대부분은 ‘진정한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결국 망각이 문제다.

그러나 그다지 걱정할 것은 못된다. 머리의 부족함을 ‘마음(heart)’이 메운다. 머리로는 기억하지 못할지언정 마음으로는 알아차린다. 마음의 가치는 크다. 자신을 다스리려면 머리를 쓰고 다른 사람을 다스리려면 마음을 쓰라고 했다. 갈수록 두뇌에 의한 성장보다는 마음에 의한 성장, 다시 말해 하이테크보다는 하이터치의 가치가 중시되는 것도 같은 이치다.

‘세월호’ 참사는 역대 최악의 인재로 기록되고 있다. TV로 생중계하면서 수백 명의 목숨을 고스란히 바다에 버렸다. 슬픔보다 분노가 더 큰 까닭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쉽게 잊어버리는 우리네 망각이 걱정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이번 일을 악용하려는 ‘잔머리’ 세력들이다. 이제 세월호를 머리에 가둘 것이 아니라 마음에 품어야 한다. 그리고 뒤집힌 배를 건져 올려 ‘국치의 박물관’으로 삼아 길이길이 지켜 볼 일이다.

황해창 선임기자 /hchw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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