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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모델링 코리아, 기본이 경쟁력이다] ‘日평균 재난 사상자 1013명’의 나라…‘사고 공화국’ 꼬리 끊기위한 대원칙 셋
[헤럴드경제=김재현 기자]5년(2008~2012년 기준)간 하루 평균 재난사고로 1013명이 죽거나 다치는 나라. 경제적으로 발전하고 동시에 민주주의를 이뤄냈다고 자평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또 다른 모습이다.

수많은 사고를 경험하면서도 사고를 예방할 방법도, 일어나는 사고를 멈출 방법도, 그리고 일어난 사고를 수습해 ‘재난 시스템화’하는 방법도 익히지 못한 우리에게 재난사고는 끝없이 다가오고 있다. 292명의 사망자를 낸 서해훼리호 침몰(1993년), 32명이 숨진 성수대교 붕괴(1994년), 502명의 목숨을 앗아간 삼풍백화점 붕괴(1995년), 101명이 숨진 대구지하철 가스폭발(1995년), 192명이 숨지고 21명이 실종된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2003년), 그리고 304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된 세월호 침몰(2014) 등은 매번 ‘소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못하는’ 한국의 안전문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안전=최우선’ 인식 정착이 중요=이처럼 한국에서 일어나는 사고가 쉽게 재난으로 커지는 것은 안전 관련 예산이 우선순위에서 밀리면서 예방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공길영 한국해양대 교수는 “‘안전은 예산이고 예산이 예방이다’는 말이 있다”며 “안전예산은 안 써도 될 돈을 쓰는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어 이번 세월호 참사를 불렀다”고 했다.


실제 안전 관련 예산이 계속 밀리면서 한국의 안전 인프라는 답보만도 못한 상태를 거듭하고 있다. 일례로 여객선의 과적을 막고 안전을 점검하는 운항관리사는 국가가 아닌 여객선사들이 고용해왔다. 1993년 서해훼리호 사건 이후 한때 91명까지 늘었던 운항관리자는 2012년 기준 74명까지 감소했다. 같은 기간 여객선 이용객이 40%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한사람 당 업무는 10년만에 53%이상 늘어난 셈이다. 이 결과 세월호가 과적한 상태로 평형수만 줄여 출항하는 것을 적발하지 못해 참사의 한 원인이 됐다.

교육의 부재도 큰 일이다. 조원철 연세대 방재안전관리 연구센터장은 “예를들어 노래방에 갈때 비닐봉지를 가져가면 불이 나 유독가스가 가득 차더라도 5분 정도 숨을 쉴 수 있다”며 “이처럼 사고발생 시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을 미리 교육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데 (우리는)황당한 민방위 교육만 한다”고 꼬집었다.

▶매뉴얼 실행력 극대화를=‘하인리히의 법칙’으로 유명한 미국의 안전 전문가 하인리히는 재해가 일어나는 단계를 ▷사회적, 가정적 결함의 단계 ▷개인적 결함의 단계 ▷불안전한 상태 및 거동 ▷사고 ▷재해의 5단계로 나눈다. 이중 가장 제거하기 쉬운 ‘불안전한 상태 및 거동’을 막는 것이 사고를 막기 위한 첫걸음이라는 것이다.

위험물이 방치돼 있다거나, 위험한 장소가 있거나, 안전장치가 구비되지 않은 등 불안전한 상태,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거나 기계 등을 잘못 사용하는 불안전한 거동은 평소 ‘안전수칙대로’ 행동하는 것이 체득화돼 있으면 쉽게 제거가 가능하다. 하지만 ‘사람이 융통성이 있어야지’라며 매뉴얼을 무시하고 편한 길로 가다 보면 결국 사고로 이어진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남청도 한국해양대 교수(기관공학부)는 “대형 해양사고를 막는 데 필수적인 기본규정을 철저히 준수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처음부터 다시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재난 컨트롤타워, 원점부터 점검을=선진국도 후진국도 사고는 일어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일어난 사고를 조기에 수습하지 못하고 재난으로 부풀리는 것은 후진국들의 전형적인 문제다.

전문가들은 초동대응 실패가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정부의 안전ㆍ재난 총괄기구들이 ‘안전에 만전을 기하라’, ‘점검을 철저히 하라’는 지시를 수시로 내리지만 재난 현장에서 대응기관이 신속하게 현장을 장악할 수 있는 제도와 여건을 만들어놓지 못했다.

미국의 9ㆍ11 테러 사건 직후 현장 ‘캡틴’은 뉴욕 소방서장이었다. 뉴욕 소방서장은 사건 현장에서 전권을 쥐고 인명구조를 지휘했다. 미 연방정부는 뒤에서 지원역할을 했다.

윤동근 울산과학기술원 교수(재난관리공학)는 “재난의 인명ㆍ재산피해를 최소화하려면 현장을 잘 알고 위기관리능력을 갖춘 리더가 지휘를 해야 한다”며 “우리나라는 현장 대응경험이나 구조경험이 있는 현장 지휘관들의 권한이 부족하고, 중앙의 명령을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우리 실정에서 현장 대응기관의 지휘력을 강화하려면 재난안전 사령탑 역할을 하는 기관이 재난이 터졌을 때 누가 어떻게 움직일지를 미리 계획하고 이를 훈련시키는 등 확실한 공조체계를 사전에 구축해 놓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평소에 ‘재난관리(emergency management)’ 행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madpen@heraldcorp.com



▶연도별 재난 건수와 피해 규모

연도 발생건수(건) 인명피해(명) 재산피해(억원)

2008 27만7303 35만5832 4727

2009 29만2287 37만6835 3001

2010 28만 607 36만6911 3220

2011 28만6851 36만5947 3925

2012 30만3707 38만3129 3639

*출처=소방방재청, ‘재난연감’ 2008년도~2012년도 판 재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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