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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 침몰] 아, 아픔이 전염된다
[헤럴드경제(진도)=서지혜ㆍ박혜림ㆍ이수민 기자]최근 세월호 사고 현장 자원봉사자가 자살하면서 ‘아픔을 공유하기 위해 현장을 찾은 사람들’의 심리적 고통도 날로 커지고 있다. 현장에서 일하는 자원봉사자들의 처우가 열악한 데다, 구조자가 단 한명도 나오지 못하면서 자원봉사자들이 ‘대리 외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종자 가족과 아픔을 같이 하면서 내면의 동조화가 이뤄지는 것도 고통 배가의 또다른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에 범정부사고대책본부 등 정부 차원에서 현장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13일 김유석 보건복지부 서기관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사고 당일부터 현재까지 팽목항, 진도체육관 등의 심리상담센터에서 상담을 받은 사람은 총 200여명에 이른다. 이 중 25% 가량은 자원봉사자를 비롯한 일반인이다. 김 서기관은 “하루 5명 가량이 심리상담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세월호 피해 가족들을 위해 마련된 심리상담센터에는 사고 당일부터 가족들과 함께한 자원봉사자와 경찰 등의 상담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곳을 찾는 자원봉사자들은 “사고와 관련한 악몽을 꾸거나 눈물이 난다”며 심리적 불안감을 호소한다. 현장에서 급식 자원봉사를 하는 A 씨는 “자원봉사를 하면 상대방이 받는 기쁨이 있고, 상호작용으로 서로 사기가 충전되는 데, 구조자가 한 명도 없다보니 봉사를 받는 사람도 우울하고 우리도 덩달아 우울함이 커지는 듯하다”고 했다.

팽목항 현장에서 심리상담을 진행하는 한 정신과 의사는 이런 상황에 대해 “자원봉사자들이 평소 갖고 있던 개인적 고민이 이곳에서 증폭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가족들과 친분을 형성하면서 이를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생업까지 포기하고 이 일에 매달릴 수 있다”며 “하지만 일부 사람들의 경우 진도를 떠나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낄 정도로 몰입한 상태”라고 했다.

육체적으로 휴식이 허용되지 않는 환경도 문제다. 자원봉사자들에게 별도의 쉴 공간이나 잠을 잘 곳을 따로 제공해주지 않아 봉사자들은 천막에서 구호물품을 몰아넣고 쪽잠을 자기 일쑤다. 한 자원봉사자는 “천막을 증설해달라고 요구했는 데 공무원들이 그런 건 알아서야 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안산에서 진도까지 실종자 가족들을 무료로 이동시켜주는 택시운전 자원봉사자들 역시 택시 안에서 잠을 청하는 수 밖에 없다.

양재원 연세대학교 학부대학 교수는 이런 현상에 대해 ”9.11 테러 때를 보면 발생지점에서 가까이 살던 사람들이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 발병 확률이 훨씬 높았다”며 “당사자들과 같지는 않더라도 상당한 스트레스를 겪을 수 밖에 없고 현장을 벗어나 애도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안전하고 안정된 공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자원봉사자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가정표현을 할 수 있는 시간적, 공간적 여유를 갖지 못하는 것이 심리적인 상태를 더 어렵게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자신의 인생에서 이 사고가 갖는 의미를 탐색하는 일련의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훈련을 받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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