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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마저 떠나면 실종자 가족 식사는…”…생업 손놓고 곁에서 울어주는 봉사자들
“가족들과 많이 친해져서 이제는 이 곳을 떠날 수가 없습니다.”

자영업자인 김진무(28) 씨는 이제 실종자 가족들이 남같지 않다. 벌써 21일째 진도 팽목항에 상주하면서 실종자 가족들과 친분이 생겼다. 이제는 어려운 일이 생기면 가족들이 먼저 김 씨를 찾는다. 사고 소식을 듣고 운영 중이던 가게도 제쳐두고 이 곳에 온 김 씨는 “인증 사진 찍고 있는 관광객과 싸운 적도 있다”며 “누군가 상황을 잘 아는 사람이 남아 있어야 한다”며 묵묵히 봉사를 이어갔다.

지난 11일 헤럴드경제가 방문한 진도 실내체육관과 팽목항에는 급식, 의료 등을 지원하는 자원봉사자들이 현장에 남은 50여명의 가족들을 위로하느라 분주했다. 이따금씩 바다를 향해 오열하는 가족들에게 가장 먼저 달려가는 이들은 단연 자원봉사자들이었고, 팽목항에 나부끼는 노란 리본을 보며 눈물을 훔치는 자원봉사자들도 더러 있었다.

사고 첫날 팽목항에 왔다는 새마을 재난구호 봉사단 소속 이애순(60ㆍ여) 씨는 “열흘 정도 단위로 사람들이 바뀌는데 우리는 끝날 때까지 있을 것”이라며 “아무리 힘들어도 여기 계신 가족들에 비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권숙도(53ㆍ여) 씨는 “반찬을 가지고 와야 해서 16일부터 매일 왔다”며 “우리보다 훨씬 더 슬픔에 잠긴 분들도 있는데 힘들다는 말을 할 수가 없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실종자 수가 30명 이내로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200명 안팎의 자원봉사자들이 이 곳을 지키고 있다. 최근 일부 유가족들이 “자원봉사자들도 생계가 있을텐데 그만 가셔야 하는 것 아니냐”며 미안한 마음을 전하면서 많은 자원봉사팀이 철수했지만, 남은 자원봉사자들은 “우리가 가면 남은 가족들 식사는 어떻게 하나”며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수색이 장기화되고 봉사자 수가 줄어들면서 점차 일하기도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김진실(62) 한국재난구호 이사는 “부스에 있는 상을 모두 양쪽으로 치우고 스티로폼을 깔고 잔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정부 관계자들이 자원봉사자들을 위한 별도의 숙소를 제안한 적은 없다. 안산에서 온 한 자원봉사자는 “사람이 많을 때는 계속 천막에서 빽빽하게 잤다”며 “공무원에게 증설 요구를 한 적도 있지만 알아서 해야 한다는 식이었다”라고 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원봉사자들의 봉사 열기는 마지막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햄버거 부스를 운영하는 한 자원봉사자는 언제까지 이곳에 있을 것이냐는 질문에 “가족들이 함께 있어달라고 말할 정도면 굉장히 힘드신거 아니겠느냐, 가족들의 의견을 따를 것”이라고 했다.

한편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전국의 분향소를 찾은 추모객 수는 170만명을 넘어섰다. 온국민이 같이 아파한다는 의미다. 스포츠 스타, 연예인은 물론 이름없는 시민들의 성금 기부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진도=서지혜ㆍ이수민ㆍ박혜림 기자/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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