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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 침몰]르포-이제 통곡할 힘도 없어…조용한 체육관, 지쳐가는 가족들
[헤럴드경제=진도특별취재팀]진도해역에서 청해진해운 소속 여객선 ‘세월호’가 사고로 침몰한지도 어느덧 일주일째에 접어들면서 진도체육관에는 전반적으로 무기력한 공기가 엄습하고 있다. 사고 초기에 곳곳에서 나오던 고함소리나 통곡소리도 어느덧 잦아들고 있으며, 실종자 가족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누워서 잠을 청하거나, 사고 현장의 소식을 전하는 체육관 앞 TV 뉴스 화면을 들여다 보고 있는 모습이다.

22일 새벽 진도체육관에는 가족들이 하나둘씩 일어나 하루를 준비하고 있다. 체육관 밖에 마련된 자원봉사자들의 식당에 가서 식사를 하는 가족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가족들이 자리에 앉아서 뉴스를 보고 있거나, 인양된 시신의 특징들을 살펴보며 ‘혹시나 내 자식이, 내 가족이 인양되지 않았는지’ 멍하니 보고 있는 모습이다. 200~300여명이 모여있는 체육관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체육관 내에는 움직이는 사람들이 적고 TV 뉴스 소리 외에 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살아있는거니? 아니면 하루라도 빨리 손이라도 잡아보게 되기를….’ 침몰 엿새째인 21일 밤 진도 팽목항에서 실종자가족들이 구조선을 보며 가족이 살아 돌아오기를 기도하고 있다. [진도=이상섭 기자/bobtong@heraldcorp.com]

사건 초기에만해도 시신이 인양됐다는 소식이 들리면 체육관 여기저기에서 터져나오던 통곡과 탄식도 이제는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지난 21일 저녁 시신 19구가 한꺼번에 인도됐다는 소식이 전달됐을때도 체육관에는 별다른 동요가 일지 않았다. 다만 체육관 옆 한쪽에 마련된 신원확인소를 찾은 가족들만이 자신이 기다리던 가족이 시신으로 발견됐다는 사실을 알고나서야 울음과 분통을 터뜨릴 뿐이었다.

22일에도 오전 8시부터 40분여간에 걸쳐 4번이나 시신 인양 소식이 들려왔지만 체육관에서는 울음소리 하나 터져나오지 않았다. 납덩이처럼 무거운 침묵만이 체육관을 뒤덮고 있는 상황에서 가족들은 삼삼오오 모여 자신들이 들은 얘기를 나누거나 찾아온 지인들과 함게 얘기를 나누며 희망의 끈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체육관 여기저기에서는 사람들이 모여 “목요일까지 어떻게 하면 그래도 살아있는 사람 구할 수 있을 거다”거나 “나는 이미 포기했다. 인천에 있는 병원 영안실에 전화해 빈소를 알아보고 있다”는 등의 대화를 나눴다.

한 50대 남성은 “하나뿐인 아들을 잃었다. 이 나이가 되서 애를 하나 더 낳을 수도 없는 것이고… 이제 희망이 없는거지 뭐”라고 말해 주위를 숙연하게 하기도 했다.

자원봉사자들이 마련한 식당이 체육관 밖에 마련돼 있지만 실종자 가족들은 식사를 하는 것도 잊고 자리에 앉아 있다. 자원봉사자들이 먹을 것을 들고 들어와 가족들에게 나눠주러 다녔지만 태반은 음식을 먹지 않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사건초기 수사과장이나 차장등이 직접 나와 현황을 설명하고 수색구조 계획을 발표하던 해양경찰청도 이제는 마이크를 통한 발표없이 단상 앞 대형 TV에 구조현황 및 예정상황을 프레젠테이션 하거나 인양된 시신의 특징등을 소개할 뿐이다.

이에 대해 강지인 세브란스 정신과 교수는 이와 관련해 “사고후 수습이 장기화 되면서 실종자 가족들이 감정적 소진상태를 겪고 있을 것”이라며 “어머니, 이모등 정말 심리적으로 가까운 사람들이 주변에 내려가 이들에게 무한한 심리적인 지지를 해주고 식사나 수면등을 돌봐주며, 가까운 사람이 없다면 자원봉사자들이라도 옆에서 말없이 이 분들의 일상생활을 도와줄 필요가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mad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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