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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뱃머리 급선회…1,000톤 화물 쏠려 순식간에…
해경수사본부 핵심승무원 조사 ‘무리한 변침’ 잠정결론
결박차량·화물 뒤엉키며 ‘쾅’ 굉음…복원력 급격히 잃어
잠수인력 555명 선체수색…강한 조류·탁한 시야로 난항

전남 진도 해상에서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의 원인은 사고 여객선이 항로 변경 지점에서 급격한 방향전환을 하는, 이른바 ‘변침(變針)’이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어떤 사정으로 변침을 했고, 이에 선체에 결박한 화물이 풀리면서 한 쪽으로 쏠려 여객선이 중심을 잃고 금세 기울졌고 침몰했다는 것이다.

해경수사본부는 선장 이모(60) 씨 등 핵심 승무원 3명을 조사한 결과 사고 원인을 ‘무리한 변침’으로 잠정 결론을 낸 것으로 17일 전해졌다. 변침은 여객선이나 항공기 운항 등에서 주로 사용하는 용어로 항로를 변경하는 것을 말한다.

사고 해역은 목포~제주, 인천~제주로 향하는 여객선과 선박의 변칙점이다. 이곳에서 제주행 여객선은 병풍도를 끼고 왼쪽으로 방향을 선회해야 한다. 해경은 사고 여객선이 이 변칙점에서 완만하게 항로를 변경(소침)해야 하는데도 급격히 뱃머리를 돌린 것으로 보고 있다.

급격히 항로가 바뀌자, 결박해 놓은 차량 180대와 컨테이너 화물 1157t이 풀리며 쏟아졌고 한 쪽으로 쏠리면서 배가 복원력을 잃었다는 것이다.

이때 조타기도 말을 듣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 ‘쾅’ 하는 소리를 들었다”는 승객들의 진술과 배가 좌초 전까지 지그재그로 운항했다는 진술로 미뤄볼 때 충격음은 급격한 변침으로 쏠린 화물이 선체에 부딪힌 소리로 추정된다.

이를 뒷받침하는 일부 증언도 나왔다. 보일러실에 근무했던 승선원 전모(61) 씨는 “오전 7시 40분께 업무를 마치고 업무 일지를 쓰던 중 갑자기 배가 기울었다”며 “창문이 박살 나고 사람들이 한쪽으로 쏠릴 정도였다”고 했다. 이 증언은 최초 사고가 신고 시각인 오전 8시 52분보다 최소 1시간 앞선 오전 7시 30분∼8시 사이에 시작된 것으로 추정케 한다.

구조된 승객 A 씨는 “배가 서서히 기울다가 90도로 쓰러질 때 한번, 180도로 전복될 때 한번씩 확 기울었다”며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화물차가 있는 여객선 1층으로 가봤더니 배에 실린 차량과 짐들은 그때마다 방향을 바꿔 한쪽으로 쏠렸다”고 했다.

만약 변침이 사고 원인으로 명확해진다면 인재 쪽으로 귀결되면서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인재였는데, 선장 등 주요 승무원이 먼저 탈출한 셈이어서 논란도 예상된다.

이에 대해 수사본부 관계자는 “수사 내용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며 “현재 사고원인에 대해 결론 내린 바 없다”며 공식 답변을 회피했다. 수사본부는 이날도 선장 이 씨 등을 불러 사고 원인을 밝혀내기 위한 강도높은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방향 급선회만으로 쉽게 여객선이 가라앉지 않는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윤철 한국해양대 교수는 “이 정도 규모의 선박은 급격한 방향 전환이 불가능하며 침수는 파공이 생겼기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수중 암초 등에 의해 충격을 받고 파공이 생겨 침수가 발생했고 이에 기울며 화물이 쏠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정부는 침몰사고 생존자 구조를 위해 잠수인력을 2배 이상으로 투입하는 등 수중탐색에 총력을 기울였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에 따르면, 사고 이틀째인 이날 오전 잠수인력 555명과 특수장비가 투입돼 숨가뿐 선체 수색작업이 펼쳐지고 있다. 특히 해경(283명)ㆍ해군(229명)ㆍ소방(43명) 인력이 합동잠수팀을 구성, 수중 탐색을 진행 중이다. 선체 인양을 위한 크레인 3대는 18일 중에 도착할 전망이다.

중대본 측은 잠수인력 555명을 투입, 현재 수중수색을 실시하고 있지만 강한 조류와 탁한 시야 등으로 수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경 관계자는 “배 안에 공간이 많아 생존자가 있을 것으로 보고 끝까지 어려운 여건에도 선체 수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박영훈ㆍ김기훈 기자/kih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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