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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응급차 도착하자 “친구야, 친구야!…” 생존자들 울먹
시신 도착 안산 고대병원 표정
구조자들 미안·슬픔·절박함 가득
만약사태 대비 의사 수십명 대기
병원 찾은 일반 시민들도 발동동

17일 오전 9시 45분. 경기도 안산의 고대안산병원에 세 대의 응급차가 연이어 들어왔다. 응급차 문이 열리고 시신이 보이자 통곡소리와 흐느낌이 곳곳에서 퍼졌다. 유족으로 보이는 한 여성은 “왜 오빠가…오빠가 뭘 잘못했다고…”라며 오열했다.

17일 오전 목포 한국병원에 임시로 안치돼있던 정차웅 임경빈 권오천 학생의 시신이 고대 안산병원에 도착했다. 수학여행에 간다고 들떠 집을 떠났던 자식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오자 미리 대기하고 있던 부모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울부짖었다.

이 날 아침 병원에는 시신이 도착하기 전부터 미안함과 슬픔, 절박함이 가득했다. 수학여행을 갔다 참사를 겪은 단원고등하교 학생들은 큰 충격으로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잠을 이루지 못하는 등 심적으로 불안한 상황이었다. 일부 학생들은 생사를 알 수 없는 친구들의 얘기를 나누거나, 멍하니 생각에 잠기는 등의 모습을 보여 사고 당시의 충격을 짐작게했다. 


관계자 외 출입을 엄금하고 있는 병원 응급실 앞에서 한 생존자의 어머니가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이 어머니는 “아직 우리 애는 병실도 안나와서 응급실에 머물고 있다, 신경이 날카로운 상태라 전화도 못하고…”라며 울먹였다. 또 “300명이 넘게 가서 80명도 못 돌아 온게 말이 되느냐”며 “살아있어도 (다른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구조된 학생들은 16일밤부터 버스, 구급차 등을 이용해 이 곳에 속속 도착했다. 고대 안산병원은 학생들이 추가로 올라오는 것에 대비해 전문의 19명, 간호사 48명을 대기하고 병상 60개를 확보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지만, 갑자기 몰려드는 환자들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선배를 만나기 위해 병원을 방문한 단원고 1학년 조도현(16) 군은 “응급실에 있는 선배가 정서적으로 불안한 상태여서 차마 탈출 상황 등은 묻지 못했다”며 “병상이 부족해 환자들을 다른 병원으로 또 옮길 수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구조된 아들과 함께 병원으로 달려온 이승선(46ㆍ여) 씨는 “아들이 빨리 구출된 편이어서 감사하다”면서도 “아들 친구들이 아직 갇혀 있어서 마음이 아프고, 아이들과 어머니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마냥 기뻐할 수만도 없는 상황”이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병원을 찾을 시민들도 안타까운 마음에 발을 동동 굴렸다.

병원 보호자 대기실에서 TV를 통해 침몰사건 소식을 접하고 있던 시민들은 “자식의 수학여행을 보내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거나 “어떻게 선장이 제일 먼저 나올 수가 있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김진덕(81) 씨는 “우리 손자들도 비슷한 나이인데, 그 학교 학생이 아닌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며 “앳된 아이들인데 말로 표현할 수 없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16일 오후 7시부터 현재까지 구조자 중 66명이 내원했고, 단원고 학생이 65명, 교사가 1명”이라며 “환자가 일시에 몰려 혼잡이 예상되나 전문의료진을 배치하고 충분한 병상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진료 결과 63명에 대해 추가적인 검사와 입원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며 나머지 3명은 간단한 치료 후 귀가했다”며 “대부분의 환자는 심각한 스트레스와 불안을 호소하고 있어 정신적 피해가 예상되는만큼 정밀검사 후 환자 상태에 따라 순차적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를 수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지혜 기자/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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