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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안에서 얼마나 무서웠을까”…일터 향하는 발걸음 무겁기만
출근길 시민 표정
“그 안에 있는 애들이 얼마나 무서웠을까…” “이제 배 타기도 무섭다”

전날 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 소식 충격 여파로 17일 아침 일터로 향하는 시민들은 어느 때보다도 무거운 발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시민들은 남녀노소 구분없이 이번 사고로 실종된 학생들을 모두 자기 일처럼 가슴 아파했고 한 사람이라도 더 구조되기를 간절히 희망했다. 최악의 사고를 초래한 어른들의 무책임과 안전 불감증에 대해서는 강하게 분노했다.

평택에 사는 장도훈(22ㆍ대학생)씨는 “동아리 후배의 동생이 실종자 중 한 명이다. 내가 당사자가 아닌데도 주변에 그런 일이 있으니 충격이 크다”고 말했다. 이순자(72ㆍ의류판매업)씨는 “안개가 꼈으면 가지를 말지. 너무 서두른 거 아니냐. 젊은 학생들과 엄마들이 얼마나 억울하겠냐”고 말했다. 상암동에 사는 송민아(30ㆍ회사원)씨는 “오열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고 눈물이 났다. 고등학생이면 이제 다 키운 건데 이렇게 허무하게 가면 엄마들은 어떡하나”고 한탄했다.

나이 드신 어르신들은 많은 어린 학생들이 실종됐다는 소식에 더 안타까워했다. 장위동에 사는 김아자(72) 할머니는 “나도 고등학생 손자가 있는데 마음이 아프다. 바다에도 정해진 뱃길이 있는데 선장이 몰랐던 거 아니냐”고 울분을 토했다. 73세의 김 모 할머니도 “한 사람의 생각이 짧아서, 30분 빨리 가려고 이탈한 게 말이 되나. 한 사람 때문에 수백명이 죽다니. 상황이 정말 안좋아지니까 저도 방송을 듣다 껐다. 너무 마음이 아파… 자식도 하나 둘밖에 안 낳는 시대인데, 그 부모는 도대체 어쩌라고… 아이들을 책임졌으면 완수를 해야지, 책임도 못질꺼…”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안전 불감증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번동에 사는 강호현(30ㆍ회사원)씨는 “이번 기회에 안전 매뉴얼을 다시 검토했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배연순(50ㆍ여)씨는 “라디오로 들었는데 마음이 그렇다. 한창 꽃 필 나이에 놀러가서, 이런 일을 당하니 참 할말이 없다. 바람도 날씨도 문제 없었다는데 이런 일이 왜 일어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수의 시민들은 한 목소리로 빠른 구조를 촉구했다. 신지환(28)씨는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나고 있어서, 구조를 빨리 해야될텐데. 너무 안타깝다”라며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교사인 손태진(40)씨는 “안타깝습니다. 빨리 구조되야 하는데, 그 안에 있는 얘들이 얼마나 무서웠을까”고 안타까워했다.

이날 아침 뿌연 안개로 덮인 인천항 여객 터미널은 어느 때보다 어수선한 모습이었다. 이작도로 나가는 배표를 끊었다는 장승자(53ㆍ여)씨는 “다 내 자식 같은데 너무 속상하다”고 말했다. 박미정(28ㆍ여)씨는 ”소식을 접하고 나니 아무래도 이제 배 타기가 좀 무섭고 걱정된다”고 했다.

최상현 기자/sr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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