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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수학여행의 악몽’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간 고등학생 등 475명의 승객을 태운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 해상에서 침몰하면서, 대규모의 학생들을 동원하는 장거리 여행시 안전문제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17일 안산 단원고등학교에 따르면 이번 제주도 수학여행에 학생들을 인솔하기 위해 동행한 교사는 14명이다. 이중 실제로 학생들과 접촉하는 담임교사는 10명이고 나머지는 행정을 관리하는 교사들이다. 단원고등학교 학생이 325명이니 교사 1명이 30명 이상의 학생을 통솔한 셈. 긴급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장거리 여행에 수백 명의 학생들을 한꺼번에 동원하면서 이번 참사의 가장 큰 비극이 된 것으로 보인다.

수학여행 도중 사고가 발생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0년 부산 부일외고 수학여행 때는 버스가 연쇄 추돌 사고를 일으켜 학생 18명이 숨지고 97명이 부상을 입었다. 2011년에는 강원도 춘천의 한 펜션으로 봉사활동을 떠났다가 산사태로 인해 학생 10명 등 13명이 사망하는 사고도 있었다. 지난해 7월에는 충남 태안군 안면읍 백사장항 해수욕장 일대에서 공주 사대부고 학생 198명이 사설 해병캠프에 참가했다 파도에 휩쓸려 5명이 숨지기도 했다.

연이은 사고에도 불구하고 수학여행은 점차 ‘비싸고 먼 지역’으로 가는 것이 대세로 굳혀지고 있다. 교육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0년~2012년 사이 전국 615개 초중고 소속 학생 중 약 12만3000여명이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 해외로 수학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자 일부 학부모들은 “대규모의 장거리 수학여행을 폐지해야 한다”, “수학여행에 자녀를 보내지 않겠다”며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학부모 이영진(55) 씨는 “많은 학생들이 한꺼번에 장거리 여행을 가다보면 필연적으로 위험이 따르는데, 그걸 감수할만큼 아이들에게 교육적인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규모를 줄여서 나눠서 가거나 가까운 곳으로 가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 교육청, 경기도 교육청 홈페이지에도 학부모들의 수학여행 폐지 민원이 쇄도하고 있다. 김은영 씨는 서울시교육청 자유게시판에 “어른들이 책임지지 못할 각종 안전사고 부터 금번 세월호 사태에 이르기까지 너무나 아이들의 안전이 담보되지 못하고 있으니 교육청에 초중고 단체 여행 및 수련활동을 모두 폐지하기를 재차 강력히 요청한다”는 민원을 게시했다. 

서지혜 기자/gyelov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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