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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림분쟁, 유럽 군사 재무장 불지피나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이 서방의 군사 재무장에 방아쇠를 당겼다.

뉴욕타임스(NYT)는 26일(현지시간) “러시아의 크림 점령으로 유럽이 군비 축소를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유럽 리셋(resetㆍ초기화) 정책’에 서방의 군비 증강론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NYT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와 유럽연합(EU)이 러시아의 크림 무력장악을 ‘경고음’으로 여기고 있다”며 “이들은 ‘하드파워(군사력)’가 무역과 국제법, 상호협력과 같은 21세기 가정(假定)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전 육군참모총장 리처드 다낫은 그 선봉격이다. 다낫은 “영국 정부의 군감축 계획을 재검토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강력한 군사력은 영국의 외교력을 뒷받침할 수 있다”며 “러시아 부활에 서방의 힘은 무력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IHS제인스 집계한 올해 주요국 군비 증감률에 따르면, 러시아와 중국은 증가한 반면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일제히 군비를 삭감했다.

특히 러시아는 군사력을 전년대비 13.5% 늘리면서 주요국 중 최고 군비 증가율을 보였다. 중국은 6.3% 증가로 뒤를 이었다.

반면 미국 1.3%, 독일 2.1%, 프랑스 0.8% 각각 낮췄다.

영국은 군비지출 감소율이 3.6%로 가장 컸다. 영국 정부는 2018년까지 정규군을 8만2000명으로 축소할 계획이다. 이는 1815년 워털루전투 이후 영국 군사력으로 가장 적은 숫자다. 영국은 독일 주둔병력 2만명도 철수할 방침이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행정부 역시 지난 2월 미군을 1940년 이래 최소 규모로 축소시킬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처럼 서방권이 일제히 군비 축소에 나서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도 타격을 입었다. 나토는 회원국에 국내총생산(GDP)의 2%를 방위비로 지출할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지난해 이 수치를 충족한 곳은 몇 개국에 불과했다.

미국 4.2%, 영국 2.4%, 그리스 2.3%로 권고치를 넘긴 반면 프랑스 1.9%, 이탈리아 1.2%, 터키ㆍ폴란드 1.8%, 스페인, 헝가리, 발트3국은 1% 미만이었다. 유럽 1위 경제대국인 독일조차 1.3%에 그쳤다.

영국의 존 바론 전 보수당 의원은 “영국과 나토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집중하면서 러시아와 중국의 위협을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 서방이 군비를 축소하는 동안 중국와 러시아는 매우 전문적인 방법으로 최전선까지 군사를 배치했다”며 “우리는 ‘내 집 앞마당을 다른 사람 밟고 다니게 놔두지 말라’는 격언을 잊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태로 재점화된 서방과 러시아의 신(新) 냉전 대결구도가 서방의 군비확장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NYT는 “경기둔화와 재정감축 한 가운데 있는 유럽이 러시아의 크림점령으로 군비를 증강시킬 것 같지는 않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군비증강이 아닌 효율화가 관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닉 위트니 전 유럽방위청장은 “해답은 군비증가에 대한 우려가 아니라, 그것을 더 현명하게 집행하는 것”이라며 “중첩되고 양립불가능한 프로그램에 방위 자원을 낭비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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