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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전질환 하루만에 확인…새시대 열린다”
‘1000달러 게놈서비스’ 앞둔 김형태 마크로젠 대표
4월부터 차세대 유전체분석
유전자분석 대중화 ‘바이오 혁명’
예방의학 · 맞춤치료 가능해져
의료비 부담 획기적 경감
“의료 · 제약산업 체계 바뀔 것”


# 2020년 2월 1일 아침 잠에서 깬 58세 여성 A 씨는 알약 하나를 복용한 뒤 4km 걷기에 나섰다. 전년 건강검진 때 두 번째 실시한 개인 유전체(게놈) 분석과 이에 따른 질환 연관분석 결과, 치매 발병이 가까워 본격적인 예방활동이 필요하다는 진단에 따른 것이다. A 씨에게는 뇌혈류를 개선하는 약물 복용과 함께 걷기운동 및 식이요법이 함께 처방됐다.

예방의학 및 맞춤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바이오 혁명’ 시대가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생명공학기업 마크로젠은 오는 4월부터 ‘1000달러 게놈 서비스’를 시작한다. 100여만원이면 개인 유전체 분석을 통한 유전질환 여부를 하루 만에 확인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이 서비스 이용에는 3000달러(320여만원)가량 든다. 분석시간도 10여일이나 걸린다. 마크로젠은 최근 미국의 시퀀싱장비업체 일루미나로부터 ‘차세대 유전체분석체계(HiSeq X Ten Sequencing System)’ 도입 계약을 체결, 다음달쯤 장비가 국내에 도착한다.

김형태 마크로젠 대표는 29일 “3월 말 장비가 도착하면 4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라며 “기존 1명에 10여일 걸리던 게놈 분석시간이 하루로 당겨지고, 5∼6명까지 한번에 가능해진다”고 밝혔다.

‘HiSeq X Ten 시스템’은 기존 일루미나의 주력 제품인 ‘HiSeq 2500 시스템’보다 성능이 10배 정도 향상된 유전체 분석장비다. 연간 2500명 이상의 유전체를 분석할 수 있다.

하지만 게놈 분석만으로 예방ㆍ맞춤의학이 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다. 분석된 게놈을 바탕으로 이를 의료기관과 함께 질환과 연계해 다시 분석하고, 그룹화한 분석자료를 축적해 보다 정밀한 진단 매뉴얼을 마련하는 방대한 작업이 필요하다. 이 경우 게놈분석 100만원 외에 2~3배의 비용이 추가될 수도 있다. 

마크로젠이 오는 4월부터‘ 1000달러 게놈 서비스’를 본격 시작한다. 김형태 마크로젠 대표가 서울 가산동 본사에서 개인 유전체 분석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또 의료법과 약사법 등 법률ㆍ행정상 규정도 먼저 구비돼야 한다. 각종 공청회와 심의 등의 절차도 남아 있어 법 규정 마련과 시행까진 적어도 1, 2년가량 소요될 전망이다. 현재 정부는 ‘유전체를 활용한 맞춤의료기술개발 촉진법안’ ‘포스트게놈 신산업 육성을 위한 다부처 유전체사업’ 등 관련법안 도입을 추진 중이다. 개인의 유전정보 보호체계 확립도 필요하다. 유전정보가 유출되거나 다른 사업적 목적이나 범죄에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게놈분석을 바탕으로 한 의료ㆍ제약산업의 혁명적인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는 게 중론이다.

김 대표는 “2000년만 해도 한 사람의 게놈을 분석하는 데 10년의 시간과 3조원의 비용이 들었는데, 2010년 1만달러로 내렸으며 현재 마크로젠 서비스 기준으로 3000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면서 “게놈 1000달러 시대가 본격화하면 보건의료산업의 ‘바이오 혁명’은 필연적”이라고 말했다. 

일부 선천성질환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질환은 유전자와 환경의 오랜 상관관계를 통해 발생된다. 따라서 특정 질환에 더 취약한 유전자를 지닌 사람의 경우 일찍부터 예방적 조치를 취함으로써 질병의 발생 자체를 예방하거나, 자신의 유전형에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찾을 수 있게 해준다.

김 대표는 “향후 정기 건강검진 수준의 게놈분석 서비스가 가능하고, 특정 질환에 맞는 예방형, 맞춤형 처방을 할 수 있어 건강한 노년생활이 가능하다. 또 건강보험재정 절약, 개인 의료비부담의 획기적 경감도 기대된다”며 “이로 인해 약물 개발도 지금의 범용성보다는 세밀한 그룹을 대상으로 하는 방식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조문술 기자/freihei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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