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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유미칼럼] 말과 식물
갑오년 말의 해라고 한다. 갑자기 말과 관련 있는 식물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가장 흔하게 곁에서 볼 수 있는 식물가운데는 말냉이가 있다. 말냉이는 우리나라 전역의 나즈막한 산이나 들의 풀밭에서 자라는 풀인데 우리가 봄나물로 먹는 냉이와 같은 집안이지만 냉이보다 훨씬 키도 크고 꽃도 크다. 냉이 앞에 ‘말’이 붙은 이유는 키가 60㎝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주홍색 붉은 꽃이 아름다운 말나리도 앞에 ‘말’이라는 접두어가 붙는다. 말나리의 정확한 유래는 찾지 못했지만 역시 같은 나리집안의 식물들보다 키가 좀 크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게다가 말나리의 생김새를 가만히 생각해보니 잎이 줄기의 중간에 동그랗게 돌려나고 그 위로 줄기가 올라와 꽃송이가 달리는 모습이 말의 자태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말과 관련된 다소 파격적인 이름의 식물들도 있다. 말오줌나무와 말오줌때이다.

‘말’하면 떠오르는 크고 씩씩한 기상의 이미지가 아닌 왜 하필 찝찝하게 ‘말오줌’일까? 두 나무도 모두 유백색의 풍성한 꽃송이와 아름답고 붉은 열매를 가진 좋은 나무인데 식물체를 자르면 좋지 않은 냄새가 난다하여 붙은 이름이다. 특히 말오줌때라는 이름은 이 나무의 줄기가 잘 휘어지면서도 부러지지 않아 말채찍으로 쓰였다. 그래도 사실 잘 느끼지 못할 정도의 유별하지 않은 냄새가 좀 난다하여 숱하게 좋은 이름두고 ‘말오줌’이 된 것은, 높은 사람들은 말을 타고 달리니 빠르고 힘있는 멋진 기상을 가진 존재로 생각하겠지만, 말을 타지 못하고 말 달리는 높은 사람 아래서 뛰어 따라가거나 이를 돌보아야 하는 땅위의 가난하고 힘없는 민초들에게 말은 많은 배설을 하여 냄새를 피우는 존재일 수 있었겠다 싶다.

하지만 시대는 변하였다. 타고난 신분으로 더 이상 사람을 구분하지 않듯이 나무나 풀을 보는 새로운 가치들로 주목을 받는다. 말오줌때는 꽃과 열매가 매우 아름다워 남부지방에서는 아주 좋은 관상수로써 주목을 받고 있고, 말오줌나무는 ‘접골목’이라는 별칭이 보여 주듯이 있듯이 부러진 뼈를 붙이는데 매우 좋은 효과를 보이는 나무로 관심을 모은다. 하긴 개불알꽃도 그렇고, 쥐똥나무도 그렇고 이름으로 치면 특별한 식물들은 많이 있지만 하나하나 알고 보면 아름답거나 향기롭거나 유용하거나 모두 좋은 식물들이다. 중요한 것은 이름은 아닌 듯 하다.

말의 해. 모두 새로운 기상들을 이야기했지만 식물로 만난 말의 해가 주는 신년의 메시지는 선입견이나 겉으로 드러난 외형에 스스로를 가리지 말고 사람의 진짜 참 모습을 보며 사랑하며 한 해를 살라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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