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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온병'이 뭐길래, 3년 추적기

[북데일리] 참 독특한 책이다. <잃어버린 보온병을 찾아서>의 제목을 읽어내기 위해서는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에서 벌어진 충격의 포격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민가에서 그을린 보온병을 기자들에게 내밀어 보이며 “이것은 포탄”이라고 말했다. 이 장면은 크게 화제가 됐다. 그러나 그 포탄은 보온병으로 밝혀졌다. 그 사건은 우리 기억 속에 또렷이 남아있다. 그러나 그 보온병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 물건은 어디로 갔을까. 흥미롭게도 사진가 노순택이 그 보온병을 찾아나섰으며, 그 과정을 책에 담았다.

저자는 이 과정을 “우리의 분단이 어떻게 작동해왔는지, 그것이 오늘의 우리에게 어떤 파국을 불러오고 있는지를 들춰보는 역사적, 사회적 여정이었다.”고 밝혔다.

책은 ‘보온병’과 ‘안상수’로 상징되는 분단 오작동의 흔적을 노순택 특유의 예민하고 집요한 감각과 유머러스한 시선으로 담아냈다. 지속된 폭력으로 무기력해진, 혹은 다 안다고 착각했던, 아니면 두려움에 애써 부정하고 싶었던 분단인의 모습을 엿봤다. 그가 내린 결론 중 하나는 이렇다.

“비릿한 쇠 내음이 내 코를 지나 허파 깊은 곳으로 가 닿는 순간, 나는 깜짝 놀라 내 몸속에서 뭔가 특별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마치 분단이 그러하듯 슬픈 코미디로, 우스운 참극으로 나를 몰아넣으면서 분단정치인 안상수를 내 앞에 서게 했다. 안상수의 얼굴은 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안상수와 보온병의 본질은 내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었다. 보온병은 안상수가 내게 보낸 편지가 아니라, 내가 나에게 보낸 편지였다. 분단인이 분단인에게 보낸 거울편지였다.” - 2012년 12월 24일 ‘마지막 일기’ 중에서

책은 3년에 걸쳐 작업한 90여 컷의 사진과 91편의 일기로 구성되어 있다. 연작으로 흐르는 사진 속에 당시의 포격이 남긴 참혹함과 분단이 낳은 비극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북데일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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