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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급식 못 먹는 아이들, 이상하게 보지 마세요”...선천성 대사 이상 환아 인식 캠페인 진행 최다람 매일유업 대리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산부인과에서는 신생아가 태어나면 발 뒤꿈치에서 피를 뽑아 신체 이상 여부를 검사한다. 1년 사이에 태어나는 신생아를 5만명으로 잡았을 때, 이 중 1명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하게 된다. 아이가 모유조차 마음대로 먹을 수 없는 ‘선천성 대사이상’ 환아라는 것이다.

선천성 대사이상은 유전자 이상으로 단백질이나 탄수화물, 지방 등 특정성분을 소화시킬 효소가 없는 질환이다. 선천성 대사이상을 앓는 이들은 일반인들이 먹는 음식을 그대로 먹으면 몸에 독소가 쌓이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지난 달부터 매일유업이 이 질환에 대한 인식 전환을 위해 캠페인에 나섰다. 그 첫번째 걸음으로 선천성 대사이상 환아와 그 엄마에 대한 사연을 동화로 만들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전파했다.

캠페인을 담당한 최다람(31ㆍ여) 대리는 “선천성 대사이상 환아들에 대한 편견 극복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캠페인을 기획하게 됐다”고 전했다.


“환아들이 학교가기 전에는 특수분유 등으로 식단조절을 할 수 있지만, 학교에 가게 되면 급식에 부딪힙니다. 왜 이 아이가 일반 급식을 먹지 못하는지 엄마가 가서 일일이 설명해야 하는데, 주변에서는 이 질환을 잘 모르니까 배려를 해주지 못해요. 수학여행을 갈 때에도 학교에서 환아 식단을 따로 챙겨주기 부담스러우니 ‘참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한다고도 합니다. 주변의 편견만 개선되도 이런 일은 덜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선천성 대사이상에 대해 잘 모르니, 주변 친구들이 환아와 어울리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환아들은 분유 등 특수식을 먹으니 주변에서는 ‘왜 너만 밥을 따로 먹느냐’며 이상하게 보고, 친구들과 멀어지는 일도 종종 생깁니다. 친구들 생일잔치에 초대를 받지도, 방과후에 아이들과 떡볶이 한 번 마음놓고 먹지도 못해요. 심지어 환아의 엄마들은 다른 학부형들에게 ‘이 병은 옮는게 아니다’라고 읍소하고 다녀야 합니다”.

매일유업이 진행한 캠페인은 동화작가 김정선씨가 재능기부 형태로 참여해 이야기를 완성했다. 이 동화를 SNS 채널로 전파했는데, 예상보다 반응이 뜨거웠다.

최 대리는 “1만명만 동화를 봐도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25만여명 정도가 보신 것 같다”라며 “환아 어머니들한테도 고맙다는 연락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캠페인은 매년 진행할 예정이고, 내년에는 관련 영상을 어린이집이나 학교에서도 상영하는 방안을 생각 중”이라며 “캠페인이 계속된다면 5000만명이 선천성 대사이상에 대해 이해하고 배려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전했다.

선천성 대사이상 환아들을 위한 활동은 매일유업에서도 각별히 신경쓰는 부분이다. 매일유업은 고(故) 김복용 선대회장이 환아들의 사연을 접한 이후 특수식 개발에 돌입, 올해로 14년째 환아들을 위한 특수분유를 생산하고 있다. 특수분유는 기술상의 문제 때문에 소량생산이 불가능하다. 덕분에(?) 매일유업은 해마다 2만캔의 특수분유를 만들어 이 중 2500캔을 환아들에게 전달하고 나머지는 폐기 처분한다.

최 대리는 “직원들, 특히 아이가 있는 직원들은 손해를 보더라도 환아들을 위한 제품을 생산한다는 회사의 의지에 자부심을 느낀다”라며 “캠페인 진행도 이 같은 의지의 일환”이라고 덧붙였다.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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