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위크엔드] “국내 제조업체 33만개중…수출 중기는 8만개 불과…세계 흔들 히든챔피언 절실”
안현호 무협부회장이 본 수출 코리아
약 12년 전이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자국 철강산업 보호를 위해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발동하겠다고 나섰다. 국내 철강사들은 시쳇말로 ‘멘붕’에 빠졌다. 결국 세이프가드는 발동됐고 이후 2003년 세계무역기구(WTO)가 위반 판결을 내려질 때까지 계속됐다. 불황까지 겹쳐 국내 철강업황은 침체기에 빠져들었다. 일부 중소 철근 제조 공장은 결국 문을 닫아야 했다. 

당시 산업부 철강석유화학 과장으로 이 모든 현장에 있었던 안현호<사진>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은 그때 당시 국내 업체의 아우성을 지금도 또렷이 기억한다. 수출 전선은 늘 전쟁처럼 치열했다.

그는 전쟁 불모지에서 세계 8대 교역량을 자랑하는 수출강국으로 성장한 한국의 원동력으로 ▷코리안DNA ▷기업가 정신 ▷대기업 중심의 기술력을 꼽았다. 한국인 특유의 집념과 끈기, 초대 기업인들의 도전정신, 그리고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기술력 강화를 통한 생산성 증대가 주요 원인이라는 이야기다.

과제도 많다. 진정한 수출 3.0시대에는 일부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이 중심이 돼 세계를 놀라게 할 히든챔피언을 양성해야 한다는 게 안 부회장의 생각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세계 수출 시장에서 한국만이 갖는 남다른 힘이 있다면?

▶과거 저렴한 가격 이미지에서 고품질 이미지로 전환을 이뤘다. 삼성의 스마트폰인 갤럭시 등은 세계인들이 선호하는 대표적인 제품이다. 빠른 전환이 가능했던 이유는 생산성혁신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RD비용이 높은 대표적인 나라다. 이를 통해 생산성 혁신을 이루면서 수출 주력 품목이 고품질, 첨단 제품으로 전환됐다. 대표적인 예가 하이닉스다. IMF가 닥치기 전 하이닉스는 한 공정FEB에서 반도체 4만개를 만들었는데 IMF를 거치고 생산성 혁신에 집중하면서 16만개까지 늘렸다. 패스트팔로어에 안주하지 않고 퍼스트무버로 변화를 꾀한 것이 남다른 경쟁력이다.

-반도체, 스마트폰 등 기존 주력 수출품 외에 세계시장에서 주목받는 효자 수출품이 있다면?

▶섬유산업이 일반적으로 사양산업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우리는 너무 빨리 섬유산업을 놓아버린 경향이 있다. 자동차용 강력사 타이어코드는 지난 5년 동안 세계 수출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연간 3억~4억달러 규모로 미국, 태국, 일본 등에 수출된다. 또 펄프류인 카본지 수출도 지난 2007년부터 꾸준히 세계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는 효자 품목이다. 세계 카본지 수출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물론 절대적인 규모 면에선 철강, 반도체 등 주력 수출품과 비교하긴 어렵지만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한국 수출 발전을 견인하는 히든챔피언이다.

-수출 3.0 시대를 앞두고 한국의 수출산업의 발전방안은?

▶이제까지 한국의 수출은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져온 것이 사실이다. 대기업 및 특정업종에 편중된 수출구조가 개선돼야 한다. 수출의 안정적인 성장과 질적 개선을 위해 중소 내수기업을 수출기업화해 수출 저변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의 경우는 아직도 내수를 기반으로 하는 곳이 많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수출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한다. 국내 제조업체 33만개 중 1달러 이상 수출 실적을 기록한 업체는 고작 8만개에 불과하다. 굉장히 열악한 상황이다.

-세계시장을 놀라게 할 ‘히든챔피언’ 발굴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은?

▶왜곡된 인력구조를 바로잡아야 한다. 우수한 인재가 대기업으로 몰리고 중소기업이 인력난에 허덕이는 상황이 개선돼야 한다.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정부의 대책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우수 인력이 일정 기간 이상 중소기업에 근무하면 소득세 등 세금을 누적 감면해주고, 중소기업에 재직하는 연구원은 대통령이 직접 불러 격려하는 식이다. 또 우수한 기술력을 확보한 중소기업이 돈이 없어 무산되는 일을 막기 위해 금융적 지원이 필요하다. 금융 지원이 제한적으로 이뤄지다보니 우수한 기술을 갖고 있어도 창업을 하지 못하거나, 창업을 해도 망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히든챔피언을 키우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인력과 금융 문제 해결이 필수적이다. 

박수진 기자/sjp10@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