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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빚의 덫’에 걸린 대한민국 재정
국회의 2014년 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국가 재정 파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제성장률은 둔화되는 데 세수는 줄고, 이자비용은 늘어날 뿐 아니라, 고령화 등으로 국가가 책임져야할 복지부채마저 빠른 속도로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빚이 빚을 더 늘리는 악순환의 구조, 즉 ‘빚의 덫’에 갇히고 있는 모습이다.

국회의원들의 예산안 심사를 지원하는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정부가 내놓은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가장 먼저 우려한 부분은 세수 부족이다. 2013년 8조2000억원에 이어 내년에도 4조6000억원 가량 세수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예전에 비해 경제가 성장하는 정도만큼 국세 수입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우리경제의 저성장 시대 진입 전망이 많은만큼 만성적인 세수부족에 시달릴 수 있다는 게 예산정책처의 우려다.


보고서는 “국세수입의 부진은 주로 경기회복 지연에 따른 기업실적 저조, 민간소비 위축, 자산시장의 침체 등에 따른 경기적 요인 뿐 아니라, 지난 정부의 세부담 완화정책에 따른 실효세율 인하 등의 경기외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세수가 줄면 씀씀이라도 줄여야하는 데, 이 역시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내년 예산안 가운데 법령에 근거해 지출규모가 결정되는 의무지출 비중은 올 해보다 1.7%포인트 늘어난 47.2%에 달한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연평균 8.9% 늘어난 복지지출이 가장 큰 원인이다. 2017년이면 의무지출 비율이 사상 처음으로 50%를 넘을 것으로 예산정책처는 예상했다. 

보고서는 “의무지출의 급격한 증가는 장래에 국가재정의 위험요인으로 작용하게 되고, 경기침체기에 재정의 유연한 경기대응능력을 떨어뜨리게 된다”면서 “의무지출을 늘릴 제도변경은 향후 재정부담과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하고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결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근혜정부가 지난 대선에서 약속한 대규모 복지확충 역시 부작용을 꼼꼼히 따져 취사선택해야 하고, 야당도 대책없이 공약이행만 촉구하지 말라는 조언이다.

수입은 줄고, 씀씀이는 커지다보면 빚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이는 이자비용의 급증으로 나타나고 있다. 2005년부터 2012년까지 국세수입 증가율은 연평균 6.9%다. 같은 기간 국가채무에 대한 이자는 연평균 9.8%씩 불어났다.

보고서는 “과거 일부 선진국도 균형재정을 유지할 수 있었으나, 이자지출때문에 재정이 적자로 돌아섰다”며 “우리나라는 저출산ㆍ고령화에 따른 재정지출 증가와 통일 비용 등으로 국가채무가 크게 증가할 요인이 있는만큼 국가채무 총량 수준을 관리함으로써 이자비용이 국세수입보다 급속하게 증가하지 않도록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국가 통계상 ‘빚’으로 잡히지는 않지만,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도 ‘빚의 덫’이다. 기초연금 같인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복지지출이 늘어나는 추세인데, 수혜 대상인 노령층이 늘어나면 재정부담 역시 더욱 커지는 게 당연하다. 복지국가에서도 ‘노인은 나라에는 빚’이다.

세수부족, 지출증가, 고령화의 삼각파도를 맞으면서 2000~2012년 동안 국가채무 증가속도는 12.3%로 OECD 국가(평균 8.1%) 중 7위다. 재정위기를 겪은 포르투갈(10.5%), 스페인(7.4%), 그리스(6.7%) 보다 빠른 속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5.1%로 높지 않은 편이지만 안심할 단계가 아니라는 분석이다. 특히 인구고령화율이 7%에서 14%로, 14%에서 20%로 높아지는 예상소요기은 각각 17년, 9년으로 주요국 가운데 가장 빠르다.

보고서는 “국가채무 증가속도, 인구고령화, 공기업 부채, 소규모 개방경제의 특수성과 지방정부 부채, 향후 남북통일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장단기 재정위험을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국가재정을 더욱 건전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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