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초고속 엘리베이터…첨단기술, 하늘을 찌르다
공기저항 · 소음 · 진동 최소화 IT · 과학 결정체…실시간 원격관리 AS도 스마트하게
분속 1080m 현대아산타워 설치
현재까지 세계 최고속도
아파트 승강기보다 10배 빨라

고장 스스로 잡는 기술 개발
시스템 일부 고장나도
지속적인 운행 가능


지난 4월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취임 후 처음으로 30대 그룹 사장단을 만난 간담회 자리에서 ‘엘리베이터가’가 화두에 올랐다. “엘리베이터가 첨단 고부가 산업인데 정책금융 지원이 거의 없다”는 업계 사장들의 토로에 윤 장관은 “엘리베이터가 첨단 산업인지 제가 잘 알지 못했다”고 털어놓으며 적극 지원을 약속했다.

사람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이용하는 엘리베이터, ‘오르락내리락’하며 사람 또는 물건을 운송하는 수단 정도로만 여겨지는 엘리베이터. 그러나 여기에 어떤 첨단 기술이 적용되는지 사람들은 사실 잘 알지 못한다.

승객들의 안전과 편안한 승차감을 위해 엘리베이터가 무섭게 진화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이도 드물다. 고도화된 제조기술과 정보기술의 결합으로 엘리베이터는 오늘도 우리가 모르는 사이 점점 ‘똑똑’해지고 있다.

더블데크 엘리베이터는 2층 버스처럼 두 개의 엘리베이터를 연결, 한번 오르내릴 때 두 배의 인원을 수송할 수 있는 기술이 접목된 엘리베이터다. 사진은 현대엘리베이터가 지난 2009년 개발한 더블데크 엘리베이터.

▶소음ㆍ진동ㆍ이명 현상 줄이고, 고장은 스스로 잡는다=20층 높이의 아파트를 기준으로 엘리베이터의 평균 이동 속도는 분속 90~150m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이보다 10배 빠른 엘리베이터가 개발되는 등 ‘초고속 엘리베이터’가 주목받고 있다. 국내 토종 엘리베이터기업인 현대엘리베이터가 지난해 현대아산타워에 설치한 분속 1080m의 엘리베이터는 현재까지 세계 최고속이다.

속도만 빠르다고 될 게 아니다. 중요한 건 빠르면서도 편안하고 안전하게 승객을 운송해야 하는 것. 엘리베이터가 운행하는 좁은 ‘승강로’에서 분속 1000m 이상의 속도로 운행하게 되면 공기의 마찰음과 공기의 와류(소용돌이치며 흐르는 현상)가 형성돼 소음과 진동이 발생한다. 

현대엘리베이터가 개발한, 분속 1080m의 세계에서 제일 빠른 엘리베이터의 내부 모습.

엘리베이터를 구성하는 첨단 기술 중 하나가 여기에 숨어 있다. 바로 소음과 진동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승객이 빠르게 치솟는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편안한 승차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핵심 기술인 셈이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초고속 엘리베이터에는 승강기 상하부에 유선형 캡슐이 부착돼 있다. 아래위로 캡슐을 부착해 공기의 저항을 최소화시킨다. 공기의 저항을 ‘0’에 가깝게 만들기 위해 캡슐 축소 모형을 이용해 수십 차례에 걸친 풍동 실험을 통해 최적의 유선형을 만든다.

소음이 공간 내부로 전달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특수 도어 장치’가 필요하다. 소음을 잡기 위해 일단 엘리베이터를 이중벽으로 설치한다. 문이 닫히면 문 전체를 엘리베이터 내부로 밀어 넣는 기술(슬라이딩식 도어 장치)을 적용해 밀폐 효과를 강화한다. 

가고자 하는 층을 누르면 가장 가까운 엘리베이터가 아니라 적정 인원을 가장 빨리 목표층으로 보낼 수 있는 시스템.
진동을 제어하는 기술도 중요하다. 승강로 안에서 레일을 타고 수직 이동하는 엘리베이터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흔들림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 이 흔들림을 잡아내기 위해 첨단 기술이 요구된다.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우 진동 변화를 스스로 감지하는 고성능 가속도계와 정밀 진동을 제어하는 특수 기술이 결합된 기술을 자체 개발하는 데에 성공했다. 진동이 40% 정도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엘리베이터가 빠른 속도로 높이 올라갈수록 귀가 멍해지는, 이른바 ‘이명 현상’이 생기는데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엘리베이터가 기압을 일정한 비율로 높이고 낮출 수 있는 ‘기압 조절 장치’도 적용된다.

고장을 스스로 잡기도 한다. 엘리베이터 운행 시 발생 가능한 고장으로 갑자기 운행이 중단돼 승객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최근 제작되는 초고속 엘리베이터 등의 경우에는 ‘내고장성 기능’이 탑재된다. 시스템 일부가 고장 나더라도 지속적으로 운행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제작한 분속 1080m의 ‘THE EL 1080’ 모델의 경우 엘리베이터의 원동력인 ‘9상모터’와 ‘제어반’이 각각 3개씩 독립돼 있는 형태다. 일부 모터나 제어반에 문제가 생겨도 나머지 설비가 정상적으로 작동해 엘리베이터가 지속적으로 운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현대엘리베이터 이천공장에 자리한 현대아산타워는 초고속엘리베이터 테스트타워다. 현대아산타워에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엘리베이터인 ‘THE EL 1080’이 설치돼있다. 이 엘리베이터는 분속 1080m의 속도를 자랑한다.

▶첨단 정보기술 접목해 ‘AS’도 스마트하게=엘리베이터를 제작 단계에서만이 아니라 이후 유지ㆍ보수 과정에서도 첨단 정보기술과 시스템이 동원된다.

엘리베이터의 운행 상태를 365일 24시간 실시간 감시하며 원격 제어를 통해 안전 점검을 할 수 있는 기술이 이미 상용화된 상태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최근 선보인 첨단 원격 관리 서비스 ‘HRTS 서비스’가 대표적인 예다. 고객들은 자신의 스마트폰과 연동된 모바일 HRTS 프로그램을 통해 실시간으로 엘리베이터의 상태와 점검 현황을 알 수 있다. 스마트기술과 원격 관리 시스템이 접목된 기술이다. 오티스의 첨단 원격 제어 서비스 ‘엘리트 서비스’와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코리아의 원격 감시 시스템도 비슷한 기술이다. 티센크루프의 시스템은 엘리베이터에 문제가 생기면 운행 시스템을 초기화해 다시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한다.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우는 한 발 더 나아가 전국에 있는 자사 엘리베이터의 현황을 한눈에 모니터링할 수 있는 고객케어센터(CCC)에서 실시간으로 고장 현황을 파악해 시스템을 정상화시키고, 보수기사가 현장을 방문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지리정보 시스템(TGIS)을 이용해 사고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지역에 있는 기사를 배치하기도 한다. 이 모든 과정은 5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 승객들이 멈춰선 승강기 내부에 갇혀 몇 시간을 기다리는 ‘사고’는 첨단 기술의 등장으로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박수진 기자/sjp10@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