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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미경 CJ E&M 한국영화사업본부장, “여성들 문제 부딪히면 돌아서지 말고 밀어붙여라”
-한해 600억 한국영화 큰손

-인생을 영화에 올인하는 ‘영화쟁이‘



[헤럴드경제=홍성원ㆍ도현정 기자]CJ그룹은 지난 30일 발표한 그룹ㆍ계열사 임원인사에서 한 해 동안 대략 500억~600억원의 투자를 결정하는 역할을 40대 초반의 여성에게 맡겼다. 대중문화 콘텐츠를 생산하는 CJ E&M에서 일하는 권미경(41ㆍ사진) 영화사업 부문 마케팅실장(부장)을 상무대우로 승진시키면서 한국영화사업본부장 자리를 준 것. 마케팅 뿐만 아니라 투자업무까지 담당케 했다. 업계에선 파격으로 받아들인다. 권미경 본부장의 부각엔 ‘신상필벌ㆍ성과주의ㆍ젊은피 중용’이라는 CJ의 인사 키워드가 녹아 있다는 평가다.

권미경 본부장은 인생을 영화에 올인하는 ‘영화쟁이’다. 그의 커리어가 그렇다. 그는 임원 승진에 대해 본지와 인터뷰에서 “그저 영화를 좋아했을 뿐”이라고 자못 얼떨떨하지지만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광고대행사 AE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꽤 잘나갔다. 하지만 영화에 대한 애정을 숨길 수 없었다. CJ E&M의 전신격인 CJ엔터테인먼트로 이직해 외화 마케팅을 5~6년 했다. CJ E&M 통합법인에선 마케팅팀장을 짧게 했다. 그런데 사측에서 영화 관련 일을 맡겨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디즈니코리아 마케팅 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2006년께 CJ E&M으로 다시 컴백했다. 외국계 회사에선 임원이었지만 컴백할 땐 부장으로 직급이 내려갔다. 한국영화와 관련된 일을 하기 때문에 그는 괘념치 않았다.

권 본부장은 “영화는 허구를 만들어 낸 것이지만 있을 법한 이야기이고, 보고 나면 꿈과 ‘아직은 세상을 살아갈만 하다’는 메시지를 준다”며 “영화는 사람에게 가장 큰 엔터테인먼트(오락)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경쟁력에 대해 “소비자에 대한 이해도가 있다는게 강점”이라며 “광고대행사에서 소비재 마케팅을 계속 해왔고, CJ에 와서는 영화 관객에 대한 생각만 했다. 지금도 관객이 많이 드는 영화, 관객이 사랑하는 영화를 만드는게 꿈”이라고 자평했다.

권 본부장과 함께 이번에 CJ그룹 내 유일한 여성임원 승진자인 CJ㈜ 노혜령 홍보기획담당 상무는 “영화에 대한 애정이 많고 잘하는 분”이라고 했다. 권 본부장은 ‘드림걸즈’ ‘쿵푸팬더’ ‘아이언맨’ ‘아저씨’ 등의 마케팅을 담당하며 수많은 히트작을 냈다.

여성인력 활용이 화두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권 본부장은 “너무 똘똘하고 비전이 보이는 여자 후배가 육아나 조직 내부의 문제에 부딪히면 그냥 돌아서는 경우를 많이 봐서 안타까웠다”며 “돌아서지 말고 밀어붙여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권 본부장의 사례에서 보듯 CJ는 이번 인사에서 승진한 신규 임원 20명 가운데 1970년 이후 출생자(만 43세 이하)가 절반인 10명에 달해 젊은피 수혈에 주안점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아울러 CJ 인사의 또 다른 특징으로 주요 계열사에 공동대표 체제를 도입한 게 꼽힌다. CJ가 해외 사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거는 만큼 국내ㆍ해외 사업 담당 대표를 따로 두는 ‘투 톱’ 시스템을 가동한 것으로, 향후 CJ의 인사 스타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CJ대한통운은 기존 대표이사인 이채욱 부회장에 더해 같은 회사 글로벌부문장을 맡고 있던 신현재 부사장을 공동대표로 앉히기로 했다. 이채욱 부회장은 내치(內治)를, 신현재 부사장은 해외를 맡는다. CJ오쇼핑도 이해선 대표와 함께 CJ헬로비전에 있던 변동식 대표를 총괄부사장으로 승진시켜 공동대표를 맡게 했다. 변 대표보다 다섯살 위인 이해선 대표가 해외 사업을 위해 세계를 누비게 된다.

주요 계열사 4곳은 대표이사가 교체되는 가운데 조직의 안정을 위해 2인자를 대표이사로 올린 것도 주목할 만하다. 강신호 CJ프레시웨이 신임 대표이사는 CJ프레시웨이 경영지원총괄을, 김진석 CJ헬로비전 신임 대표와 정문목 CJ푸드빌 신임 대표는 각각 해당 계열사 운영총괄을 맡고 있었다. 정문목 대표를 제외하고 신임대표들은 1959년~1961년생으로, 1960년생인 이재현 CJ 회장과 연배가 엇비슷하다.

CJ파워캐스트 대표에는 이호승 대표이사가 선임됐다. 이 중 CJ프레시웨이와 CJ파워캐스트 대표 교체는 실적 부진에 따른 ‘신상필벌’ 차원이다.

CJ는 55명을 승진시키고 36명이 이동, 총 91명에 대한 임원인사를 했다.

홍성원ㆍ도현정 기자/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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