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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자료 무조건 숨기려해 혈압상승” vs “막무가내식 요구에 노이로제”
매년 되풀이되는 부실국감…국회-피감기관 네탓 공방만
# 속터지는 국회
수사권 없어 증인 답변거부 일쑤
피감기관 무성의한 태도·제출 연기 다반사
올해는 기관장 인사 지연…또다른 변수로



국정감사 시즌이면 어김없이 ‘부실 국감’이란 비판여론이 쏟아진다. 국회를 향한 비판이 주류를 이룬다. 하지만, 국회의원들도 할 말은 많다. 수사권을 갖지 않은 국회로서는 증인의 답변 거부와 모로쇠 일관, 자료 거부와 부실한 자료를 제출하면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국정감사가 본격화하면 국회와 정부 간 미묘한 ‘기싸움’이 펼쳐진다. 작은 것 하나라도 꼬투리를 잡고 파헤치려는 국회와 가능한 한 요청자료를 숨기고 최대한 조용히 국감을 치르고자 하는 정부 피감기관 사이의 ‘조용한 전쟁’이다. 이 같은 피감기관을 상대하는 국회 보좌진은 “이맘때만 되면 혈압이 치솟는 기분”이라고 토로한다.

국회가 제출을 요구한 자료를 둘러싼 갈등은 국감을 치르는 과정에서 빠지지 않는 이슈다.

‘국정감사 무용론’은 해마다 되풀이되는 비판이다. 감사할 곳은 많고 시간은 짧기 때문에 수박 겉핥기식으로 대충대충 넘어간다는 것이다. 부실 국감에 대해 국회는 피감기관의 성의 부족 탓을, 피감기관은 국회의원들의 전문성 부족과 보여주기식 행태 때문이라고 책임을 떠넘기고 했다. [헤럴드경제DB]

홍준표 경남지사는 올해 국감을 앞두고 개별 국회의원이 요구하는 자료는 제출하지 말라고 경남도 직원 및 직속기관장 등에게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료를 받으려면 국회 상임위에서 먼저 의결하고, 그렇더라도 중앙부처 자료만 주며, 지방자치 사무와 관련한 자료는 제출하지 말게 했다. 지방 고유 사무는 국감 대상도 아니고, 자료를 요청하더라도 국회법에 규정된 대로 의원 개인 자격이 아닌 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논리다. 앞서 진주의료원 해산과 관련한 국정조사에서 증인 출석을 거부했던 때와 같은 논리를 내세운 것이다. 때문에 소관 상임위인 안전행정위 소속 의원실 보좌진은 의도치 않게 경남도 실무자들에게 언성을 높여 항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홍 지사가 유별난 사례도 아니라는 데에 문제가 있다. 정무위 소속 이종걸 의원실(민주당) 관계자는 “정무위의 경우 첨예한 정치적 쟁점 사항들이 집중되는 데다 피감기관이 전반적으로 경제금융 분야로 집중돼 세밀한 자료 분석이 요구되지만 이들 기관에서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부실한 결론만 나올 게 뻔한 경우도 다반사”라며 “핑곗거리라는 걸 알지만 국감 때만 되면 뭐 그리 개인정보 보안 사항들이 많아지는 건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피감기관 실무자가 동정심에 호소하는 경우는 괜스레 곤혹스럽다. 산자위 소속 여당 의원실 관계자는 “공무원들도 국감자료를 준비하는 데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지 보좌진이 모르는 바가 아니다”며 “요청자료 제출을 미루는 의도는 차치하고서라도 ‘일이 바빠 시간이 걸린다’는 식으로 최소한의 성의라도 보이면 기다리게 되는 게 인지상정”이라고 말했다. 그럴 땐 차라리 상대 실무자가 한 번쯤 ‘버럭’하도록 만드는 ‘뺀질거리는(?)’ 스타일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 이들의 무성의한 답변도 지탄의 대상이다. 아예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정무위 소속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어렵사리 국감에 출석시켜도 혹 본인 재판과 관련한 사항이라고 입을 닫거나 무성의하게 답변하면 딱히 방법을 쓰기도 어렵다”며 “특히 재계 인사 등 일반인 증인들의 경우 애초에 성실한 답변을 기대하기도 어려워 ‘창피 주기’에 급급한 경우도 없지 않다”고 밝혔다.

올해 국감의 경우 기관장 인사가 지연된 것이 또 다른 변수로 떠오른 상황이다. 당장 정부 산하 30개 공기업와 87개 준정부기관의 기관장이 아직 공석으로 남은 곳이 10곳에 이른다. 기관장 업무 공백을 핑계로 국감을 받을 기본적 준비도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인사 지연의 결과가 부실 국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그 책임을 국회가 떠안아야 하는 것도 불만스럽다.

백웅기 기자/kgu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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