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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자료 무조건 숨기려해 혈압상승” vs “막무가내식 요구에 노이로제”
매년 되풀이되는 부실국감…국회-피감기관 네탓 공방만
# 할 말 많은 피감기관
자료에 발목잡혀 일반업무는 올스톱
면피성 재탕·삼탕 자료요구 한심할뿐
빨리 안준다고 ‘막말’분통터져



“국정감사 기간에는 의원들의 자료 요구를 처리하느라 일반 업무는 거의 정지된다. 민생 현안을 다루는 부처는 자료에 발목이 잡혀 시급한 일도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중앙부처 한 공무원)

국감 시즌이 되면 피감기관들은 골머리를 앓는다. 막무가내 자료 요구와 재탕, 삼탕식 면피용 자료 요구 등 애로 사항이 이만저만 아니다. 무엇보다 예상치 못한 질문이라도 쏟아질까 봐 조마조마했던 피감기관들은 오히려 실제 국감에서는 허탈한 경우가 많다.

중앙부처 공무원인 K 씨는 “과도한 자리 비우기와 전문성 부족에 그치지 않는다. 막말도 서슴없이 하는 의원들이 있어 부끄러울 때가 많다”면서 “행정부를 감시 견제하는, 제 기능보다 정치색을 우선하는 국감이기 일쑤”라고 토로했다.

국회의원들이 요구하는 수많은 자료는 피감기관에는 노이로제다.

A 부처 관계자는 “국감을 전후로 피감기관들은 보좌관들의 막무가내식 엄청난 자료 요구에 시달린다”며 “기일 안에 처리할 수 없는 양의 자료를 언제까지 뽑아 달라고 주문하는 전화를 받으면 머리가 아플 지경”이라고 말했다. B 부처 관계자는 “일일이 전수조사를 해 분류별 항목의 통계를 뽑아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다른 자료보다 시간이 걸리거나 한정된 인력으로 불가능할 경우가 있다”며 “하지만 의원실에서 무조건 자료를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으면 밤을 새워서라도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나왔던 자료를 재탕, 삼탕하는 면피성 자료 요구도 꼴불견으로 지적됐다.

C 부처 관계자는 “요청이 들어오는 자료를 검토하다 보면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나왔던 자료인데?’라는 내용이 가끔 있다”며 “기존 내용에 1년치 통계만 덧붙여 면피하려는 의원들을 보면 저절로 혀를 차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한 달 전 언론에 나온 자료를 요구하는 의원도 봤다”며 “해당 의원실 측에 ‘한 달 전에 자료가 나온 것이 있으니 참고하시라’고 하자 ‘한 달 사이에 업데이트된 부분이 있는 것 아니냐? 그것도 포함해 자료를 보내라’는 억지를 부리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자료를 빨리 주지 않는다”며 채근하는 의원도 피감기관의 요주의 기피 대상이다.

D 부처 관계자는 “부처 특성상 의원들의 자료 요청이 집중되는 편인데, 그러다 보면 한정된 인력으로 동시에 일을 처리할 수가 없어 요청이 들어온 순서대로 일을 하게 된다”며 “그래서 뒤늦게 자료 요구를 하는 의원에게 ‘현재 처리할 자료가 밀려 언제까지 기다려 달라’고 양해를 구하면 ‘무시하는 거냐? 일을 느릿느릿 하는 거냐?’라며 막말을 들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의원들은 국민을 대표하는 만큼 그들의 요구 사항을 곧 국민의 요구라고 생각하고 최대한 수용하려 노력한다”며 “하지만 그만큼 면피성 재탕 자료가 아닌, 의미 있고 사회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있는 자료를 요청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영훈ㆍ서상범 기자/par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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