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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학퀴즈가 찾아낸 ‘행복한 완득이’들
[헤럴드경제=류정일 기자] 올해 40주년을 맞은 장학퀴즈가 지난 17일 다문화 가정 특집을 한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EBS를 켰던 직장인 김모씨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학생들의 외국어 실력은 출중했고 포부는 다부졌으며 한국인이란 자긍심은 드높았다.

국제회의장을 연상시킨 이날 방송에서 수단인 아버지를 둔 박지한(대경정보산업고 1학년) 군은 한국어와 아랍어, 영어까지 3개 국어에 능했고 각팀에서 영어, 중국어, 베트남어 등을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는 다문화 학생들이 단연 돋보였다.

박군은 “수단에 가서 친구들한테 태권도를 가르친 적이 있다”며 “태권도가 유명한 나라,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도마 안중근, 매헌 윤봉길, 백범 김구 등 위대한 분들의 나라에 태어났다는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어머니가 베트남인인 손한풍(원곡고등학교 1학년) 군은 외교관이 돼 다른 나라와 열띤 토론을 하고 우리나라의 문화와 음식 등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했다. 손군은 “반기문 UN사무총장을 가장 존경한다”며 “어려운 환경에서도 해답을 찾는 지혜와 고난 속에서도 끈기와 열정을 품고 헤쳐나가는 모습이 너무 닮고 싶다”고 강조했다.

활발한 특별활동도 눈길을 끌었다. 필리핀인 어머니를 둔 박정애(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은 지난해 한중수교 20주년을 맞아 한국청소년대표단 중국파견사업에 참여했고 손 군은 환경재단 피스앤그린보트 탑승증명서를 받았으며 박 군은 중소기업청 아이디어 공모전 입선과 교내비즈니스 영어경진대회 수상 경력이 있다.

아버지가 미국인인 황사라 아요가(원묵고등학교 2학년) 학생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우리나라 야구 대표팀이 9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목에 거는 순간,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SK 측은 “우리의 미래를 짊어질 청소년 중 상당수가 다문화 가정 환경에 있는 상황에 비해 이에 대한 이해와 인식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우리나라 대표 인재양성 프로그램인 장학퀴즈가 다문화 고교생들의 건강한 모습을 재조명하게 됐다”고 전했다.


열정이 넘치는 인재들이지만 어려움도 겪었다. 초등학교 때 피부색 때문에 놀림을 당했고 한국어에 이렇게 많은 욕이 있는지 처음 알고 놀라기도 했다.

그래도 “다문화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인식이 개선돼 어렸을 때 보다는 훨씬 나아졌다”고 어른스럽게 말하는 이들은 다문화를 선물로 여긴다. 학생들은 이구동성으로 “다문화는 특이한 것이 아니라 특별한 것”이라며 “두가지 문화의 특성을 동시에 가질 수 있고 언어적 능력도 한층 더 발전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SK 관계자는 “다중 언어와 문화에 익숙한 다문화 가정의 청소년들이 핵심 인재로 커나갈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과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ry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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