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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 - 오세정> 홀로 굳건한 독일서 배우는 기초과학 교훈
글로벌 경기침체 진원지 유럽
청년실업률 5% 獨은 절대 안정
기술력 보유 수많은 히든챔피언
정부 일관성 있는 지원이 비결



2010년 그리스에서 시작돼 전 유럽을 뒤흔든 재정위기 사태는 과도한 부채를 지니고 있던 여러 나라 경제를 강타했다. 그 여파는 유럽을 넘어 지금도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를 초래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침체의 진원지인 유럽 한가운데에서도 이른바 ‘절대적 안정’을 누리고 있는 국가가 하나 있다. 바로 독일이다.

지난해 말 유럽연합(EU) 통계청은 회원국의 청년실업률을 발표했다. 이들 국가의 평균 청년실업률은 14.1%였으며, 유럽 재정위기의 시발점이 됐던 그리스와 스페인의 청년실업률은 각각 26.8%와 28.1%에 이르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그리스와 스페인의 청년실업률이 각각 60%와 55%로 치솟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 국가들은 물론 세계 각국은 독일의 건재한 모습을 부러워하고 있다. EU 통계청 발표 당시 독일의 청년실업률은 5.3%에 불과했으며, OECD는 독일의 청년실업률이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주요 비교 대상 국가 중 하나인 프랑스의 청년실업률이 지난해 말 10.6%에서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독일은 더 고무돼 있다. 뿐만 아니라 독일은 2004년 이후 해마다 1000억달러 이상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최근 10년간 G7 국가 중 가장 높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독일이 이처럼 재정위기와 글로벌 경기침체 등의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우수한 산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이뤘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장의 원천에는 수많은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 기업들을 받쳐주는 튼튼한 과학기술력과 이를 위한 독일 정부의 전략적이고 일관성 있는 지원이 자리 잡고 있다.

과거 산업화 시기에는 자본, 토지, 노동에 의한 재화 생산으로 부가가치와 국가경쟁력 수준이 정해졌다. 하지만 미래는 지식과 혁신적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기술 간, 산업 간 융ㆍ복합을 통한 창조적 가치가 한 나라의 경제적 부(富)는 물론 그 나라의 국격까지 좌우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독일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과학기술에 대한 변함없는 투자가 중요하며, 특히 기초과학에 대한 장기적인 안목이 필수적이다. 기초과학의 성과는 단기간에 나오는 것이 아니며, 그 연구 성과가 산업화로 이어지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걸린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의 경우 정권의 부침과 관계없이 수십 년간 일관된 지원과 운영방식을 지속해 국가 기초과학의 초석을 다져왔음은 물론, 이 기초과학이란 줄기에 수많은 다른 연구기관과 기업이 가지로 붙으며 지금의 건강한 모습을 갖출 수 있게 됐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을 빠르게 따라가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전략을 바탕으로 지금의 경제적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이 같은 ‘따라가기 전략’은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 앞으로 도래할 미래에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돼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장기화돼가는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 기초원천기술, 기술혁신, 독점적인 차별화 기술 등은 다가올 시대의 문을 열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 자명하다.

이 열쇠는 장기적 안목의 과학기술 연구개발, 특히 기초과학과 원천기술 연구를 통해 비로소 얻어질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그동안 소홀히 했던 기초ㆍ원천 연구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독일이 과학에 대한 지원과 투자를 통해 유럽발 경제위기의 쓰나미에 쓰러지지 않고 버텨냈듯, 우리도 기초과학에 대한 꾸준한 연구를 통해 과학기술이란 견고한 지지대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경제성장과 국민행복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초과학은 나, 가족, 국민을 살리고 더 나아가 인류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힘의 원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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