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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정관리 신청 올 상반기만 108곳…경영권 유지수단…모럴해저드 심각
법정관리 신청 요건 강화 왜…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기업이 급증하고 있다. 이 중에는 채권단의 간섭을 피할 수 없는 재무구조개선약정(워크아웃)보다 회사 경영진이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는 법정관리를 선택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분석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에 법정관리를 신청한 기업은 108곳이다. 연간 법정관리 신청건수는 금융위기를 전후로 2008년 110건에서 2009년 193건으로 늘다 2010년 155건으로 줄었다. 그러다 2011년 190건에서 2012년 268건으로 다시 늘고 있는 추세다.

법정관리의 근거가 되는 통합도산법(채무자 회생 및 파산 관련 법률)에는 ‘관리인 유지(DIP)’ 제도가 포함돼 대주주가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정상화 방안을 짤 수 있다. 또 ‘채권자 평등 원칙’에 따라 기업 입장에서는 비금융권 채무와 일반 상거래 채무를 감면받을 수 있다.

반면 채권단이나 일반투자자는 해당 기업의 법정관리 신청이 받아들여지는 순간 회사채 등의 채무가 모두 동결되기 때문에 손실을 보게 된다. 웅진그룹 사태와 같이 회사채 우수등급의 기업이 예고도 없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도덕적 해이’ 문제도 여기서 나온다.

최근 STX팬오션이 신청한 법정관리는 채권단과 협의를 거쳤다는 점에서 조금 다르다. 다만 담보차입 비중이 큰 해운업의 특성상 무담보 채권자인 회사채 투자자의 손실이 클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STX팬오션의 부채는 1분기 말 기준 5조5000억원으로, 만기가 남은 회사채는 1조1000억원가량이다. 최악의 경우 1조원 안팎의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STX팬오션에 대출한 금융회사의 손실액은 2490억원에 이를 것이란 추정도 나왔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STX팬오션에 대한 금융권의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4981억원으로, 산업은행 2450억원, 우리은행 866억원, 농협 760억원, 하나은행 746억원, 신한금융투자 116억원, 대우증권 99억원 순이다. 국민은행(23억원)과 BS금융지주(12억원), 신한은행(6억원)은 상대적으로 익스포저가 적다.

STX팬오션의 법정관리가 개시되면 이들 금융회사가 적립해야 할 대손충당금은 249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채무 동결, 만기 연장, 이자 감면 등으로 STX팬오션에 대한 여신을 회수하기 어려운 만큼 익스포저의 50%를 충당금으로 적립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이투자증권은 STX팬오션의 법정관리가 STX그룹 전체로 확산되면 채권 금융회사의 주가를 끌어내릴 만큼 손실액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최진성 기자/i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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