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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분 없는 ‘관치’ 에…BS금융 무릎 꿇다
이장호 BS금융지주 회장, 결국 자진 사퇴
“조직 영속성과 안정성 위해
후계는 내부인사 승계해야”
관치 논란에 대해 일침

정치권 입김 작용등 說 난무
당국은 무대응 침묵 일관



갑(甲)의 뜬금없는 질책에 을(乙)이 고개를 숙였다. 금융당국의 사퇴 압력을 받던 이장호<사진> BS금융지주 회장이 10일 오전 공식적으로 사임 의사를 밝혀, 며칠간 금융업계를 뒤흔들던 금감원발 소동이 일단락됐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명분 없는 관치 행태에 대한 비판은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장호 회장은 이날 공식성명을 통해 “지역사회의 의견을 수렴하고 며칠 동안 심사숙고하는 과정을 거친 뒤 조직과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지금 이 시점에 사임의사를 밝히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어 “BS금융지주의 차기 CEO는 조직의 영속성과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 내부 경험이 풍부하고 지역 사정에 밝은 내부인사에 의해 반드시 내부 승계가 이뤄져야 한다”며 관치논란에 대한 일침을 남겼다.

금감원이 이 회장의 독단 경영 책임을 근거로 퇴진을 요구한 이번 사태는 그 결과와 상관없이 상흔이 지속될 전망이다. 당국이 들고 나왔던 ‘독단 경영’의 근거가 시장을 납득시킬 만한 설득력을 갖추지 못해 명분 없는 관치금융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5일 BS금융지주와 부산은행 종합검사 결과 임직원 겸직 관련 법규 위반, 차명계좌 운용의 문제점과 함께 BS금융과 자회사 임원의 절반 이상이 부산상고, 동아대 출신인 이 회장의 동문으로 이뤄졌다는 점 등을 지적하며 장기집권에 따른 파행경영을 이유로 용퇴를 주문했다.

그러나 5연임에 성공해 13년째 씨티은행을 이끌고 있는 하영구 은행장의 예를 생각하면 7년째인 이 회장에게 ‘장기집권’ 잣대를 들이대는 게 새삼스럽다. 그동안의 실적을 들여다보면 이 회장의 취임 기간 동안 부산은행 총자산은 44조6000억원으로 2배 증가했고, 지난해 말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도 시중은행(14.3%)보다 높은 15.19%를 기록해 견실한 성장을 이끌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지방은행에 그 지역의 대표적인 상고나 대학 출신이 많은 점은 당연하고, 종합검사에서 지적된 사항들도 소소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당국이 내세운 근거가 미약하다 보니 업계에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시장에서는 이 회장이 지난 대선 때 부산 출신의 야권 후보를 지지했기 때문이라거나, 특정인을 자리에 앉히기 위한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했다거나, 경남은행 인수를 좌지우지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등 각종 설(說)만 증폭되며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부산은행 노조와 부산 시민단체 등은 정부의 개입을 반대하는 시위를 시작했다. 이에 대해 당국은 대응 없이 침묵으로 버티고 있어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모양새다.

이자영 기자/nointeres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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