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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투기업을 가다> 파주전기초자(PEG)...북핵위험? 엔저? 그래도 일본전기초자(NEG)가 한국 투자를 늘린 이유는?
헤럴드경제는 창사 60주년, 재창간 10주년을 맞아 한국에 진출한 외국인 투자기업을 찾아 갑니다. 자매지인 국내 최고의 영자신문 코리아헤럴드와 코트라(KOTRA)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이번 기획을 통해 본지는 외투기업의 창조경제 현장을 살펴보고 동반성장을 위한 노력도 짚어보고자 합니다. 외투기업은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해 함께 가야할 공존의 파트너이자, ‘우리 기업’ 입니다.


[파주=홍승완 기자]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당동리 883-5번지의 파주전기초자(PEG) 공장. 첨단의 공정에서 쉴새없이 쏟아내는 거대한 유리와 끊임없이 공장을 드나드는 무진동 차량의 행렬을 보고 있노라면, 이곳이 휴전선과 불과 5km 떨어진 ‘분단국가의 최전선’임을 느끼기는 쉽지 않다.

PEG는 LCD패널 유리 가공 분야의 세계 1위 회사다. 2005년 세계 3위의 LCD 유리기판 제조사인 일본전기초자(NEG)와 LG디스플레이가 6:4의 지분으로 합작해 만들어졌다. 5만9400㎡ 부지의 공장에선 6개의 라인이 돌아간다. 각 라인에서 월 15만장의 LCD 패널용 유리가 가공된다.

NEG가 일본 시가현(滋賀縣)에서 생산한 거대한 사이즈의 ‘유리판’이 바다를 건너 이곳 파주에 도착하면, PEG 공장에서는 이를 고객사인 LG디스플레이의 요구에 맞는 사이즈로 절단한 후, 절단면을 가공하고 세정 및 검사를 거쳐 LG디스플레이에 납품한다. 이곳에서 가공된 LCD패널용 유리의 거의 전량은 LGD에 공급된다. 공급물량이 오히려 부족할 정도다. 덕분에 공장은 2006년 가동을 시작한지 6년만인 지난해 1조1100억원의 매출을 거두며 ‘1조 클럽’에 가입했다.
 
경기도 파주시 당동리에 위치한 파주전기초자(PEG)는 세계 1위의 LCD 패널 유리 생산 업체다. 일본의 NEG와 LG디스플레이가 2005년 합작설립한 후 지난해에는 매출 1조원을 돌파하는 등 큰 성과를 내고 있다. 대북리스크와 엔저 등의 ‘악재’에도 NEG는 지난해 한국에의 대규모 추가 투자를 결정했다. 코트라의 ‘인베스트 코리아 서포터즈’가 PEG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상당수의 국내 제조업체들 조차도 인건비가 싼 동남아나 중남미 등으로 생산설비를 이전하는 게 일반적인 상황에서 NEG가 굳이 한국에 합작사를 설립한데는 이유가 있다. ‘최대 고객사인 LGD에 제품 공급을 원활하게 위한 것’이 중요한 이유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NEG 관계자는 “시장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면서 지속적인 성장을 기약하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부진에 빠진 일본 전자업체들보다는 산업을 리딩하고 있는 한국업체들과의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한다. 시장 흐름을 읽지 못하는 섣부른 투자는 반드시 재앙으로 돌아오는 게 전자산업의 현실인 상황에서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한국으로의 투자가 오히려 투자 오차를 줄일 수 있는 새 기회가 되고 있다는 의미다.

NEG의 입장에서 보면 한국의 사업환경은 매력적이다. 한국은 원재료나 인건비 분야에서 자국 대비 30~40% 저렴하다. 한국의 숙련되고 근로의욕이 높은 전문 인력들은 당장의 몸값은 동남아 국가에 비해 높아보일지 모르지만, 종합적인 생산성이나 제품의 완성도 측면에선 비교 우위에 있다. PEG가 들어선 파주의 당동외국인산업투자 단지의 경우 파주시와 우리 정부로부터의 재정ㆍ세제 지원도 상당하다. 저렴한 산업전기료도 포인트다. 한국의 전기세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주요국 중 가장 싸지만, 전기 품질은 프랑스와 함께 세계 1위다. 양질의 전기를 끊임없이 공급받아야 하는 첨단산업의 특성상 명확한 메리트가 아닐 수 없다.

한국을 잘 모르는 외국기업들이라면 의레 갖게 되는 ‘대북 리스크’에 대해서도 NEG는 검증을 끝냈다. 합작사인 PEG의 문영제 인사홍보팀장은 “처음 회사가 설립되었을 땐 일본에서 오신 간부 중에 ‘전쟁시를 대비한 행동 매뉴얼이 있는가’하고 묻는 이도 있었지만 몇년간 회사를 운영하면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체감한 것 같다”고 했다. 


그렇다 보니 엔저의 태풍이 지구촌에 휘몰아치는 가운데에도 NEG는 한국에서의 사업판을 오히려 키우는 추세다.

총 5억달러를 투자한 NEG 최초의 해외 LCD용 유리기판 제조공장(제1 용해로)이 오는 7월 파주에 완공을 앞두고 있다. 내달부터는 총 4억4000만 달러가 투입되는 제2기 용해로 설립 공사가 2014년 6월 가동을 목표로 첫 삽을 뜬다. 1,2 용해로 건설 모두 투자액 100%를 NEG가 부담하는 프로젝트다. 용해로가 가동을 시작하게 되면, 일본에서 유리원판을 가져올 필요없이 파주지역내에서 바로 생산과 가공 납품이 가능해진다.

한국 투자에 대한 NEG의 테스트가 끝났다는 의미이자, 한국을 LCD 패널용 유리의 ‘중간가공지’가 아닌 ‘생산의 거점’으로도 키우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NEG 관계자는 “PEG가 성공적으로 한국에서 터전을 마련한 데다, 한국 전자산업의 경쟁력과 발전가능성, 우수한 사업여건 등의 강점을 종합적으로 따져보면 지정학적 리스크나 단기 환율변동에 따른 환차손 등을 상쇄하고 남는다”며 “당초 계획보다 한국공장 생산량을 확대하기로 결정한 이유”라고 밝혔다.

김명수 코트라 투자홍보팀장은 “한국 대표기업들이 전자와 자동차, 철강, 정보통신 등의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리딩하면서 이들 기업과의 협력관계에 기반한 다양한 해외 투자 수요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라고 했다.

sw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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