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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로운 패러다임의 디자인가구…금호미술관 ‘뉴웨이브’전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이쯤 되면 가구는 ‘도전’이요, ‘발명’이다. 우리의 생활공간을 채우고, 그 공간의 이미지를 만드는 가구는 분명 일상용품이다. 하지만 도전이자 발명품일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색다른 전시가 개막됐다.

서울 사간동 금호미술관(관장 박강자)이 마련한 ‘새로운 물결:가구와 신진 디자이너들’이 바로 화제의 전시다. 매년 디자인 전시를 개최해온 금호미술관은 올들어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젊은 가구 디자이너들의 작업에 주목했다. 이들을 통해 현 시대 디자인과 가구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이해의 폭을 넓혀보자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30대의 우리 디자이너들은 국내 혹은 해외에서 접한 새로운 디자인 패러다임을 바탕으로 가구를 다양한 소재와 형태로 풀어내고 있다. 특히 현대의 일상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의자며 탁자, 선반을 시대의 디자인 패러다임에 투영시키되, 저마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드러내 관심을 모은다. 


무게 1.28㎏에 불과해 어린이도 한손으로 가볍게 들 수 있는 ‘초경량 의자’(1.3체어)를 만들어 세계 굴지의 상을 휩쓸었던 디자이너 김기현(디자인 메소즈)은 ‘1.3 체어’의 재료인 압축 발사나무의 연구과정을 보여주는 실물 도해를 공개했다.

보급형 ‘1.3 체어’를 공중에 매단 디자인 메소즈 팀은 높낮이가 자유자재로 조절되는 ‘등반가(클라이머)’와 사용자들의 엉덩이와 다리를 실측해 제작한 ‘스쿨 체어’를 선보였다.

그중에서도 ‘스쿨 체어’가 흥미롭다. 서울의 한 어학원을 위해 제작된 ‘스쿨 체어’는 수강생 6명의 인체구조를 측정해 이에 맞는 의자와 테이블을 디자인했다. 시트(seat)의 깊이감과 기울기, 외형은 이들 대표군의 앉는 자세를 직접 석고로 본을 떠, 이를 데이터화해 완성됐음을 보여줌으로써 발명에 가까운 현대 디자인가구의 논리와 체계를 새롭게 드러내고 있다. 


여타 디자이너의 작업들도 흥미롭다. 이상혁은 건축공사장의 비계 구조를 본뜬, 임시가설물 같은 가구를 내놓았다. 의자며 선반이라는 게 그토록 견고한 것만이 최고는 아니지 않느냐고 그들은 반문한다.

장민승은 대단히 저렴한 가격대의 각종 합판을 활용해 제작한 세련된 테이블 연작을 내놓았고, SWBK는 수입 폐목재를 재활용한 ‘업사이클링’ 가구를 출품했다. 그런가 하면 이광호는 손뜨개를 연상시키는 직조공예 의자를 제작했다. 일상에서 자주 마주치는 굵은 전선을 이리저리 꼬아 만든 비정형의 의자는 앉으면 의외로 편안해 무릎을 치게 만든다.

이밖에 아이네클라이네 퍼니처는 사용자의 편의를 고려한 섬세한 모양새와 기능의 주문형 책상과 의자를 선보이고 있다. 


이들 30대 신예들의 작업은 ‘디자인 생산자’로서 현대가구 디자인이 갖는 형태와 소재에 대한 풋풋하면서도 남다른 고민을 엿보게 한다. 작업결과물인 가구와 작품 뿐 아니라, 제작에 영감을 준 각종 레퍼런스와 치밀한 작업과정을 공개함으로써 그들의 내밀했던 순간을 헤아려볼 수 있는 점도 돋보인다.

오는 6월 6일 오후 2시에는 서울과학기술대 디자인학과 김상규 교수의 디자인 강연도 마련된다. 전시는 6월 30일까지. 02-720-5114. 사진제공=금호미술관

yrlee@heraldcorp.d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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