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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대를 앞서갔던 화가 김영주…오늘 다시 만나는 ‘신화시대’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커다란 붓에 검은 먹을 듬뿍 묻혀 힘차게 선(線)을 긋는다. 먹선들이 지나간 곳엔 사람 형상이며, 글자, 기호가 언뜻 언뜻 드러난다. ‘기운생동(氣韻生動)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고 웅변하는 듯한 이 그림은 작고 화가 김영주(1920~1995)의 ‘신화시대’라는 작품이다.

미국 액션페인팅의 대가 잭슨 폴록이 물감을 흩뿌려 웅혼한 세계를 만들었다면, 김영주는 무념무상의 상태에서 굵은 붓질로 인간의 시원을 드러냈다.


함경남도 원산 출신으로 일본에서 미술학교를 다닌 김영주는 광복 이후 척박한 환경에서 창작과 평론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겼다. 1957년에는 한국 미술평론가협회를 창립하고 회장을 맡기도 했다.

일평생 ‘인간’을 테마로 작업했던 그는 박수근 이중섭 등 동시대 작가에 비해 별반 조명받지 못했다. 시대를 너무 앞서간 까닭이었다. 뒤늦게나마 김영주를 재조명하는 전시가 서울 삼성동 코엑스 내 조선화랑(대표 권상능)에서 열린다. 우리 시대의 위대한 작가를 재평가하는 전시를 지속적으로 개최해온 조선화랑의 기획으로 마련된 ‘김영주 재조명전’은 오는 6월 14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1950년대 중반에서 1990년대 말년까지 오로지 ‘인간’이란 존재와 그 근원에 대해 대해 탐구한 작가의 대표작 ‘신화시대’시리즈와 드로잉, 콜라주가 망라됐다. 생전에 고인이 남긴 논문과 기고문, 애장품도 함께 선보인다. 자유분방한 필치로 이뤄진 그림에선 원시적 생명력이 흘러넘친다.


미술평론가 오광수 씨(전 국립현대미술관장)는 “김영주의 분방한 색채와 표현 구사는 독특한 영역을 이뤘음에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며 “어떤 아류에도 속하지않은채 독자적인 길을 외롭게 걸었던 그의 탐구정신에 주목해야 할 때”라고 평했다.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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