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애 낳으라면서…산모 정신건강 나몰라라
산후 우울증 환자급증 불구
전국 상담·지원시스템 전무
자살·살인등 강력범죄 비화



저출산 시대에 출산을 장려하는 각종 정부정책이 마련되고 있지만, 정작 산모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은 뒷전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출산한 여성 상당수가 겪는다는 ‘산후우울증’이 살인ㆍ자살 등의 강력범죄로 비화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지난 9일 새벽, 여성 소방공무원 A(30) 씨가 남편의 차를 몰고 한 병원의 응급실로 돌진하는 사고를 냈다. A 씨는 지난 2월께 아이를 낳고 육아휴직 중이었으며, 해당 병원에서 산후우울증으로 치료를 받고 있었다. A 씨는 경찰에서 “죽고 싶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달 21일 경기도 파주시에서는 산후우울증을 앓던 30대 여성이 13개월과 생후 3주 된 두 아들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산후우울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67명이고 2011년과 2010년에는 각각 231명, 210명이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산후우울증을 자각하지 못하고 병원을 찾지 않는 산모가 많기 때문에 실제 산후우울증 환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선진국 산모 5명 중 1명꼴로 산후우울증을 겪고 있다.

산후우울증을 호소하는 산모가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상담프로그램은 찾아보기 힘들다.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관계자는 “산모만을 위한 상담지원 프로그램은 없다. 우울증이 있을 경우 각 지역에 있는 정신보건센터를 이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 각 지역에 설치된 정신보건센터에서는 대부분 산후우울증 자가 체크지를 비치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산후우울증을 주제로 한 특강을 개최하는 곳도 있지만 상당수 현실적인 문제를 이유로 제대로 된 산후우울증 상담지원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 성북구 정신보건센터의 한 관계자는 “산후우울증 예방 프로그램을 진행하더라도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으면 산모가 참여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용산구 소재의 정신보건센터 측도 “지난해까지 산후우울증 위험군에 속하는 산모가 아이를 데리고 올 경우 아이를 대신 돌봐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했으나, 올해부터는 중단한 상태”라고 전했다.

서울 은평구의 정신보건센터 관계자는 “모자보건실을 방문하는 산모에게 우울증 자가 체크지를 이용하도록 권유하고 있지만 산후우울증만을 따로 상담ㆍ지원해주는 시스템은 없다”면서 “지원프로그램이나 교육에 대한 요구는 있으나, 현실적인 문제로 시행해보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유진ㆍ강승연 기자/hyjgogo@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