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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동 하늘에 내걸린 상어 조각…팍팍한 일상에 한줄기 청량제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 5월의 첫날, 서울 하늘에 상어들이 나타났다. 매끈한 몸으로 바다 속을 유유히 헤엄치던 상어가, 조각이 돼 도심 하늘을 자유롭게 유영하고 있다. 조각가 김창환(45)이 스테인리스 철사를 용접해 만든 3.5m 길이의 ‘하늘을 나는 상어’다.

김창환은 롯데백화점의 의뢰를 받아 명동 롯데백화점의 러브릿지(영플라자와 에비뉴엘 건물을 잇는 공중다리) 아래에 상어 조각 8점을 설치했다. 8점의 상어가 떼를 지어 도심 하늘을 유영하는 작품은 공간에 드린 드로잉이다.

바다 속 상어는 물고기및 인간에게 무시무시한 공포의 대상이지만, 하늘에서 한가로이 유영하는 상어는 또다른 느낌을 준다. 숨막힐 듯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김창환의 작품은 한줄기 신선한 청량제다.

늦깎이 조각가인 김창환은 “뒤늦게 미술대학(경원대 미대및 대학원)을 다니며 환경조각을 전공하느라 보일러 수리, 철근 가설작업 등 그야말로 안해본 일이 없다. 하늘을 나는 상어조각도 아르바이트로 철근 구조물을 만들다가 작업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며 “매일매일 각박한 삶을 살아가는 도시인들에게 나의 조각이 또다른 내일을 꿈꾸게 하는 ‘해방의 아이콘’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창환 작가가 가느다란 스테인레스 스틸 철사를 일일이 이어붙여 만든 상어는 바다 속을 유영하는 생명체로 보이기 보다는 유선형의 비행물체처럼 보인다. 공포스러운 이빨이 제거된 체, 선들로 이뤄진 미니멀한 형상은 공간에 그려놓은 드로잉 같다.

현재 영플라자와 에비뉴엘 사이, 뻥 뚫린 공간에 와이어로 설치된 조각은 작가가 직접 제작한 합성수지 상어 외형(몰드)을 기반으로 2~10cm 길이의 가느다란 스테인레스 스틸 철사를 일일이 용접해 만들어졌다. 김창환은 제작과정 중 연구와 실험을 거듭한 끝에 견고하면서도 가벼운 다이아몬드 패턴을 창안해냈다. 완성작의 크기는 3~3.5m내외로, 한 작품당 5-6개월의 작업시간이 소요됐다. 단순하면서도 매끈한 형태를 갖추기까지 작가의 피땀 어린 노동과 감각이 녹아든 것. 여덟마리의 상어를 공중에 매달기 위해 75m 높이의 고공 크레인이 명동에 등장하기도 했다.

롯데백화점측은 러브릿지의 오픈 100일을 기념해 도심 하늘에 설치한 상어 조각이 명동을 찾는 내외국인들에게 새로운 감흥을 주는 예술컨텐츠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Fly to the Sky’라는 타이틀로 도심 공중에서 열리는 김창환의 전시는 오는 5월말까지 계속된다. 

[사진제공=롯데갤러리]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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