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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거 81주년 대한민국 마지막 임정 터 충칭 가보니
일본이 부인하는 침략의 역사, 이곳이 산증인


[충칭(중국)=김상수 기자]“일왕의 생일날, 행사장에 폭탄을 던진 윤봉길 의사가 순국했을 당시 나이는 24살이었습니다.”

충칭(중경) 대한민국 임시정부청사 내 상영관에서 윤봉길 의사의 영상과 함께 나온 성우의 말에 장내는 숙연해졌다. 29일은 윤봉길 의사가 폭탄을 던지며 독립을 향한 한국인의 의지를 온천하에 알렸던 날로부터 정확히 81년이 지난 날. 1932년 4월 29일, 윤봉길 의사와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그렇게 타지에서 외롭게 독립을 향해 청춘을 바쳤다.

이역만리 타지에서 일생을 보낸 탓에 그들의 흔적을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나마 임시정부의 옛터는 외롭고, 뜨거웠던 당시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곳.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연이어 ‘강한 일본’을 주장하며 한ㆍ일 관계를 뒤흔들고 있는 오늘날, 가슴 아픈 과거를 잊지 않는 건 잘못된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동북아가 결코 잊어선 안될 역사가 임시정부에 남아 있다.

충칭시 투중구 칠성강 연화지에 위치한 임시정부청사는 찾기부터 쉽지 않았다. 도로 한 복판에서 버스가 멈추자, 동행한 가이드가 큰 건물 사이를 가리켰다. 좁은 골목길을 50m 가량 걷자 검은색의 옛 건물이 보였다. 높은 빌딩 숲 사이로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곳, 1940년부터 충칭에 자리잡은 임시정부청사였다.

문을 들어서자 중국인 아주머니 한 분이 반갑게 일행을 맞이했다.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인근에 거주하며 임시정부청사를 관리해주고 있다고 한다. 당시 경위대, 선전부로 쓰였다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전시실에 들어서자 임시정부를 소개하는 영상물이 나왔다. 

충칭시 투중구 칠성강 연화지에 위치한 충칭임시정부청사 인근에는 높은 빌딩이 빼곡히 들어와 빌딩 숲을 이루고 있다.

“윤봉길 의사가 순국했을 당시 나이는 24세, 이봉창 의사는 33세였습니다….” 백범 김구 선생을 중심으로 이들 의사의 희생은 임시정부를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고, 특히 중국의 투쟁 의지를 일깨우는 분기점이 됐다는 내용 등이 흘러나왔다. 전시실 한쪽에는 방명록이 자리잡고 있었다. ‘독립을 향한 희생 정신을 평생 잊지 않겠다’, ‘오늘날 대한민국을 있게 만들어주신 분들’ 등의 글이 적혀 있었다.

한 국가의 임시정부라 하기엔 너무나 작은 규모. 좁은 계단을 두고 양옆으로 작은 방이 모여 있었다. 2층, 3층 등에 위치한 외무부나 재무부도 책상 1개에 의자 몇 개 있는 게 전부였다. 처음 상하이에서 세워진 임시정부는 일제의 탄압으로 항저우, 자싱, 전장, 창사, 광저우, 류저우, 치장 등을 거쳐 충칭으로 왔다. 그만큼 항상 쫓기는 신세였다. 책상과 의자가 전부인 까닭이다.

김구 주석이 머물렀던 주석실도 다르지 않았다. 옷장에 책상, 작은 침대 등 필수품이 전부였다. 그나마 접대용 찻잔이 상대적으로 화려하게 보일 정도다. 

충칭시 투중구 칠성강 연화지에 위치한 충칭임시정부청사 정문에 역순으로 ‘대한민국림시정부’란 한글과 한자가 적혀 있다.

 임시정부는 이곳 충칭에서 독립군의 전통을 이어받아 한국광복군을 창설, 광복하기 전까지 항일 투쟁에 동참했다. 1945년 해방되면서 임시정부는 오랜 타향살이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충칭임시정부가 그들의 마지막 임시정부이자, 기나긴 항일 투쟁의 마지막이었다.

힘을 앞세워 침략의 역사마저 부인하려 하려는 일본. 하지만 이곳이 바로 부인할 수 없는 증거이다. 일제의 탄압과 그에 항거하는 한국인의 의지가 담겨 있는, 과거의 산 증인이다.

임시정부청사를 나오며 가이드가 말했다. “방문객이 많은 편은 아닙니다. 충칭에 오는 한국인이라면 아무리 바쁜 일정이라도 꼭 이곳을 방문해야죠.” 그래서일까. 4월 따뜻한 햇살 속에도 유난히 임시정부청사는 서늘한 듯했다. 임시정부를 둘러싼 빌딩 숲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아니, 가슴아픈 역사를 잊지 않으려는 한국인의 발걸음이 그립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dlcw@heraldcorp.com

충칭시 투중구 칠성강 연화지에 위치한 충칭임시정부청사 내 김구 주석이 이용한 주석실 안에 낡은 나무로 된 옷장, 책상, 침대 등이 간소하게 자리잡고 있다.
충칭시 투중구 칠성강 연화지에 위치한 충칭임시정부청사 내 자료실에 김구 주석의 동상이 자리잡고 있다.
충칭임시정부청사는 지난 2000년 기업 및 단체의 지원을 받아 노후한 시설을 개보수하는 공사에 착수했다. 이를 기념해 ‘대한민국임시정부청사복원기념비’를 청사 내에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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