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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권, 시ㆍ도 금고 쟁탈전…손실은 고객 부담
[헤럴드경제=최진성 기자] ‘수의계약’이 가능했던 지방자치단체의 금고 선정 방식이 ‘경쟁 입찰’로 바뀌면서 은행들이 시(市)ㆍ도(道) 금고 유치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지자체는 이를 ‘돈 벌이’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 은행권이 지자체에 제시하는 ‘프로모션’만큼 일반 고객이 받는 우대 혜택은 줄어들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7월 지자체 금고 지정 예규를 변경하면서 수의계약을 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을 삭제했다. 대신 경쟁 입찰로 전환되면서 시ㆍ금고 유치를 위한 은행권의 출혈경쟁이 시작됐다.

은행권은 대규모 재원(예산)을 장기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회계를 담당하는 주금고(1금고)뿐만 아니라 특별회계나 기타 자금을 관리하는 부금고(2~3금고) 유치전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결국 지난해 10월 진행된 부산광역시 금고 은행 입찰에서는 ‘불공정’ 시비가 붙어 법정 다툼으로 번지기도 했다.

은행권이 무리하게 시ㆍ도 금고 쟁탈전을 뛰어드는 것은 그만큼 얻는 것이 많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안정적인 재원 확보는 물론 금융거래시 발생하는 각종 수수료와 법인카드 거래, 예금ㆍ대출 영업 등 우량 고객(공무원)을 확보할 수 있다. 또 지자체 산하기관과 거래 업체 등을 신규 고객으로 유치할 수 있다.

그러나 ‘출혈’ 정도가 심해지면서 주객이 전도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무조건 따내야 하기 때문에 납득할 수 없는 프로모션을 내거는 은행들도 많다”고 말했다. 지자체는 보다 많은 혜택을 얻기 위해 은행들의 과당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이렇게 발생한 적자분은 알게 모르게 일반 고객에게 전가된다.

금융당국은 행안부가 정책적으로 추진하는 바람에 은행권을 제어할 명분이 없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건전성이나 수익성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지도 공문을 보내는 것 외에는 손 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한때 ‘가이드라인’을 만들려고 시도했지만 담합 등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에 무산됐다.

다만 일반 고객이 손실을 부담하는 악순환은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경쟁 입찰 조건이 제대로 공시되지 않는데다 음성적인 뒷거래가 이뤄지는 등 입찰 과정이 투명하지 않다”면서 “지자체 금고 선정 기준을 개선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i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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